'독서광' 송영길 인천시장, 헨리키신저 저서에서 '임나일본부설' 무비판적 차용 사실 밝혀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국내에 번역ㆍ소개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의 저서가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독서광'으로 소문난 송영길 인천시장에 의해서다.
송 시장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한 출판사가 펴낸 헨리 키신저의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저자는 109페이지에서 일본의 외교 관계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임나일본부설을 그대로 인용했다.
저자는 "오랜 세월 동안 일본은 외국과의 교역을 거의 전적으로 거부해 왔다. 외부인들과 간헐적으로나마 접촉한다면 일본의 독특한 정체성이 손상되기라도 하듯이 말"이라며 "일본이 국제질서에 참여했다면 그것은 류쿠열도(오늘날의 오키나와및 주변도서)와 한반도의 여러 왕국에 확립한 나름대로의 조공체계를 통해서이다."라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지난 3일자 인천시청 홈페이지 올린 시정일기에서 "'한반도의 여러 왕국에 확립한 나름대로의 조공 체계'라는 대목은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연상하게 한 내용으로 일본자료를 참고로 잘못된 선입견이 박혀있는 것 같다."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4세기 후반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본 측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헨리 키신저가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송 시장은 이어 헨리 키신저에게 직접 수정을 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영어원문책을 구입하여 다시 한번 대조하여 보고 오해가 살 여지가 없도록 개정판에서 수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헨리 키신저에게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 시장은 이와 함께 일부 오역 사례를 지적하며 "번역의 수준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원전을 직접 구입해 봐야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례로 이 책 182페이지에는 "중국국경에 미군이 자리 잡고 있는 것 보다 마오쩌둥이 한층 더 싫어할 시나리오는 만주에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들어서 거기 사는 조선족과 접촉하고 일종의 주권을 주장하며 시도 때도 없이 한반도 쪽으로 군사적 모험을 강행하는 것임을 스탈린은 알고 있었다."라고 기술돼 있는데 송 시장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아니라 문맥상 북한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임시정부가 맞다"고 지적했다.
송 시장은 하지만 헨리 키신저와 책 자체에 대해서는 "헨리 키신저는 하버드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 정치학교수를 하다가 닉슨, 포드정권에서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역임하고 미중, 미소간의 외교관계의 산증인 역할을 한 인물"이라며 "미국이 중국과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깊이와 시각을 생생한 경험과 메모에 기초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한편 송 시장은 바쁜 업무 시간에도 시간을 내 일주일에 책 3~4권은 너끈히 읽는 독서광으로 소문나 있다. 이 소문을 들은 지난해 10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프로축구연맹 회장 자격으로 만났을 때 '도시의 승리', '이성적 낙관주의'라는 책을 선물했을 정도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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