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이 4ㆍ11 총선 승리의 사활이 걸려 있는 공천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차 공천 결과를 두고 당 지도부 격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집단 반발한 데 이어, 전략공천 지역과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공천이 쇄신의 화룡점정'이라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말이 '갈등의 화룡점정'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재오 의원 등 MB 정부 실세들의 공천 확정을 계기로 새누리당의 인적 쇄신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28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태도가 굉장히 모호하다"며 사의를 밝혔다. 이상돈 비대위원도 공천위가 비대위 결정에 '반기'를 든 것을 두고 "당이 우스워졌다"며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혀 집단행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대위가 출범한 후 약 2개월 동안 '쇄신'을 외쳤지만 'MB실세ㆍ구인물' 공천으로 쇄신이 물건너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더 나아가 '식물 비대위'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비대위 회의 도중 '단독으로' 공천 명단을 발표해버린 것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비대위와 공천위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권영세 사무총장은 "비대위가 경제민주화뿐 아니라 정치쇄신과 정책쇄신에 할 일이 많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전략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지도부를 벗어나 당의 하부에서부터 표출되고 있다. 가장 먼저 전략지역으로 확정된 지역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출마한 부산 사상구다. 마땅한 대항마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20대 여성의 참신성을 깜짝 카드로 꺼내들었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28일 "손수조 예비후보(부산 사상)의 도전이 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에 비해 100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에 앞서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공천 면접 직후 이례적으로 '손수조'란 특정후보를 거론했다.
그러나 손수조를 둘러싼 당 안팎의 정치 공학은 대단히 복잡하다. 손수조를 전략 공천할 경우, 정치 신인을 내세워 사상구를 포기한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고, 반면 문재인의 대항마로 거물을 공천할 경우 민주당 발 야풍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손수조가 본선에서 문재인을 이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제 본선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상임고문의 대권 가도에 고춧가루를 뿌리기 위해 버리는 카드가 아니냐'는 시각인 셈이다. 당장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는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너무나도 부적절한 생각"이며 손 예비후보의 전략공천을 반대하며 집단 탈당 의사까지 내비쳤다.
전략공천 인물을 놓고도 잡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전략공천할 중량감 있는 후보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당에 총선 거취를 일임한 홍준표 전 대표와 6선의 홍사덕 의원이 거론되자 공천신청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종로의 새누리당 후보로는 'MB 아바타'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조윤선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민주통합당 전 대표에게 밀리면서 상황이 꼬였다.
여기에 안상수 전 대표(경기 과천ㆍ의왕)와 허천(강원 춘천)ㆍ최병국(울산 남갑) 의원 등은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대상에 포함된 것에 반발하고 있어 갈등 국면은 쉽사리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민우 기자 mw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