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녀 CCTV 공개…아이 부모는 "고소하겠다"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종로의 한 대형문고 식당가에서 아이에게 된장국물을 쏟아 화상을 입힌 '국물녀' 사건이 CCTV 영상 공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네티즌도 '채선당 임산부 폭행 사건' 때처럼 일방적으로 한쪽 의견만을 듣는 게 아니었다며 반성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8일 경찰은 당시 정황을 담은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한 아이가 빠른 속도로 뛰어오다 국을 들고 있던 여자에게 부딪힌 후 다시 뛰어가는 장면이 기록돼 있다. 여자는 국을 쏟으며 손에 상처를 입은 듯 식당 주방에 도움을 청한다. 또다른 CCTV 영상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는 장면, 주위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고 당사자인 허 모 군(7)의 어머니는 지난 20일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자신의 아들이 식당가에서 물을 가지러 갔다가 뜨거운 된장국을 든 여자와 부딪혀 얼굴과 가슴에 큰 화상을 입었다는 글을 올렸다. 허군 어머니는 그 여자가 아이의 상처를 외면한 채 자리를 피했다고 분개했다. 네티즌은 국을 쏟은 여자를 '된장 국물녀', '무개념 화상테러범'이라고 비난하며 해당 게시물을 온라인상에 전파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국물녀' 이 모 씨는 지난 27일 오전 10시께 경찰서에 자진출두해 "나도 모르는 새 범죄자로 몰려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미소된장국을 주방에서 받은 후 돌아서는데 아이가 뛰어와 자기에게 부딪혔으며 이때 쏟아진 국물로 인해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아이가 어디 갔는지 찾았으나 사라진 뒤였고 자신도 얼음찜질을 한 뒤 5분 정도 지나 자리를 나섰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28일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기자회견까지 가졌다. 그는 "상처가 그리 크지 않아 그 자리에서 대충 대처했다"며 "공공장소에서 애를 뛰어다니게 놔둔 부모에게 사과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자리를 황급히 떴다는 의혹을 받는데 대해선 "주변 상인들에게 허 군이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허 군과 그 부모가 자리를 떠났다고 생각해 자신도 그 자리를 나왔을 뿐 도망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고 당시 CCTV를 봐도 "미처 방어할 틈이 없었다"는 이 씨의 말을 납득할 만하다. 적어도 온라인상에 떠돌던 '무책임한 도망'을 한 건 아니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이 씨는 기자회견에서 "사회생활 한 번 없는 평범한 주부가 그 상황에서 대처를 잘하지 못 한 게 가장 후회스럽다"라며 "한 순간에 범죄자가 되고 '테러범'이 돼 있었다"고 울먹였다.
허 군의 부모는 27일 이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며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네티즌들의 국물녀 옹호 발언도 이어졌다. '국물녀' 사건을 '박치기 소년'사건으로 바꿔 부르자는 이들도 있다. 트위터 아이디 southf**는 "일방적인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에 대해 정화장치가 필요하다"며 최근 잇따르는 고발성 게시물에 대한 비판의견을 제시했다.
아이디 coco**는 "아이도 부모님도 그 여자분도 얼마나 놀랐고 또 마음이 아팠을까요. 이제 이쯤에서 누구 잘못이네라는 논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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