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소송 참여 가능성 낮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이병철 선대 회장의 차명 재산을 놓고 삼성가 형제자매들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가 장녀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삼성가 장녀인 이인희(84세) 한솔그룹 고문은 장남 이맹희(81세)씨에 이어 차녀 이숙희(77세)씨가 이건희(70세)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유산 상속 소송을 제기한 직후 한솔그룹은 소송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솔그룹의 이같은 입장은 이병철 선대회장 사망 당시인 1987년에 상속과 관련된 모든 재산 문제가 정리됐다는 삼성측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미 모든 상속을 마친 현 상황에서 차명 재산이 나타났다 해서 이를 유산 상속 분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얘기다.
특히 이 고문은 삼성가에서 벌어진 형제자매들의 다툼을 놓고 부끄럽다는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84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이 고문이 직접 동생들을 질타하며 나서며 삼성가 형제자매들의 유산상속 소송에도 새로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고문은 이병철 선대 회장 생전 가장 신망이 두터웠던 인물이다.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인해 전주제지를 한솔그룹으로 키워내며 '철녀'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 고문은 지금까지 삼성가에서 벌어진 일들을 묵과해왔다. 삼성과 CJ그룹간의 불화가 이어질때도, 이맹희씨가 소송을 제기했을때도 침묵을 지켰다.
재계는 이 고문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나머지 형제자매들의 소송전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고문은 동생들 중에서도 이명희 회장과의 사이가 특히 돈독하다. 이명희 회장이 이 고문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재계 관계자는 "이인희 고문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범 삼성가의 유산상속 소송도 진정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라며 "이명희 회장 역시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을 실명 전환하면서 시작됐다.
장남인 이맹희씨가 먼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차녀인 이숙희씨마저 1000억원대의 소송에 나서며 아버지 재산을 놓고 형제자매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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