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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우는 왜 삼성 상대로 맞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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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車채권단 집단소송·반도체공장 백혈병 산재인정' 삼성상대 강펀치 날려온 화우...자유로운 분위기·지명도 상승·수임료 이득

삼성생명 주식을 둘러싼 삼성가의 상속권 다툼의 한 축에 법무법인 화우가 있다. 그간 삼성을 상대로 굵직굵직한 소송을 대리한 화우가 또 다시 삼성과의 ‘악연’을 이어가게 돼 주목받고 있다.


28일 서울중앙지법과 법조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 15일 7100억원대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낸 삼성 창업주 故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81)씨에 이어 차녀 이숙희(77)씨도 같은 취지로 1900억원대 소송을 냈다.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0)을 상대로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차명)로 신탁한 주식 등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한 만큼 내 상속분에 걸맞은 주식을 넘겨달라"는 취지다.

삼성과 CJ의 대리전으로 비춰지던 맏형과 동생의 상속권 다툼에 뒤늦게 누나마저 가세하며 집안 다툼으로 번져가는 삼성가의 쟁송에서 삼성을 상대로 날을 세운 곳은 장남 이맹희씨와 차녀 이숙희 씨의 소송을 모두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다. 지난 2003년 법무법인 우방과 화백이 한집 살림을 시작하며 문을 연 화우는 그간 삼성을 상대로 굵직한 소송에서 연거푸 판정승을 거둔 ‘삼성킬러’다.


2005년 삼성생명의 상장지연 및 지분매각 난조 책임을 물어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제기한 4조7000억원대 집단소송을 대리한 화우는 지난해 1월 서울고법에서 삼성이 채권단에게 6,0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 소송은 아직까지 국내 최고액 소송 기록을 갖고 있다.

화우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이 “백혈병 발병 관련 산업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도 맡아 지난해 6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실상 국내 굴지의 로펌들도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은 꺼리는 편이다. 그러나 230명의 변호사를 거느려 국내 ‘빅7’로 꼽히는 화우는 다르다. 중견로펌의 A변호사는 “삼성을 상대로 맞소송을 진행할 경우 국내 재계 1위 그룹의 수임을 놓치는 문제 외에도 방대한 그룹 규모로 인해 사건 수임을 하다보면 쌍방대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등이 있어 실상 대다수의 로펌들이 꺼린다”면서도 “화우의 경우 파트너(법인의 지분을 나눠 가진 구성원급 변호사)들이 개별·독립적으로 수임을 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A변호사는 “규모에 비해 김&장 등 최상위 로펌들에 비춰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것도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일 것”이라고 꼽았다.


전관 출신의 B변호사는 수임료가 안겨 줄 이득도 화우가 삼성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배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B변호사는 “상속회복 청구의 경우 통상 본안 소송을 계속하기보다 가액의 30%~50% 수준으로 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맹희씨와 이숙희씨가 청구한 가액은 각각 7100억원과 1900억원대로 모두 9000억원대에 달한다. 집안 다툼을 법정에서 이어가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내더라도 최소 2700억원을 이건희 회장이 내놓아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우가 성공보수로 10%만 챙기더라도 270억원의 이득을 가져간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선 이건희 회장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B변호사도 “재벌 일가가 차명 지분의 존재를 뒤늦게서야 알았다는 주장을 법원에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초동의 C변호사는 “설령 승소나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주식 인도의 형태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금전 지급 형태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가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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