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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양,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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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양,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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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양,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SBS <강심장>에 나온 이미소 양을 보는 내내 되뇌었습니다. “고맙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 마치 내 속으로 낳은 내 아이인 양 가슴 뻐근하게 대견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랬어요.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자식은 복불복이라고 합니다. 유전적인 영향이며 양육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운이 좋으면 똑똑하고 바른 품성의 아이가 걸리고 운수불길하면 지지리 말썽꾸러기가 걸려 평생을 고생하게 된다는 얘기에요. 그러나 뒤집어 보면 아이 입장도 마찬가지죠 뭐. 부모는 바라는 대로, 계획대로, 노력에 의해 만나지고 결정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소 양 같은 딸내미는 그야말로 로또 당첨 아닌가요? 자식을 키워본 엄마라면 아마 다들 아실 거예요. 줄줄이 이어지는 가혹한 난관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미소 양처럼 당당하고 구김살 없이 잘 자라난다는 거, 그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어머니 김부선 씨가 혼자 몸으로 누구보다 열과 성의를 다해 키우셨지만 미소 양에게는 남과 많이 다른 어머니가 약인 동시에 독이었을 거예요. 그것도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맹독이었겠죠. 혹여 딸이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스러워 한 번도 학교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다는 김부선 씨. 그렇다면 어머니의 손길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요구되는 초등학교 시절을 미소 양은 어떻게 보냈나요? 굳이 임원 어머니는 아니어도 녹색 어머니라든지 급식 봉사, 청소며 환경 미화 등등, 학교에서 어머니를 오라 가라 하는 일이 오죽 많습니까. 아마 생일 파티 같은 건 감히 엄두도 못 냈겠지요. 그럴 때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속을 끓였을까요? 제가 미소 양이라면 원망도 많이 하고, 투정도 많이 하고, 비뚤어지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저라면 미소 양처럼 이렇게 반듯하게 자랄 수 있었을까요


미소 양,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그 많은 카메라와 방청객들 앞에서도 떨지 않고 답하는 미소 씨의 순발력과 재치 또한 돋보였습니다.


묘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자꾸 미소 양에게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내가 저 친구라면 어땠을지, 그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보게 되더라고요. 어머니가 계속해서 안 좋은 사건에 연루되다 보니 사춘기적에는 급기야 집단 따돌림도 당했었다죠? 자신의 문제였다면 또 몰라요. 애꿎게 어머니 일로 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고 맞기까지 하면서도 어머니께는 끝내 함구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심정,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서럽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상처를 다시금 들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나요? 너무나 뼈아프고 쓰라린 상처여서 어머니를 붙들고 울며불며 하소연하기 보다는 그냥 덮어버리는 쪽을 택했지 싶어요. 솔직히 자라는 동안 그와 엇비슷한 일들이 얼마나 숱하게 많았겠습니까. 어머니와 늘 아옹다옹하며 지냈다고는 하지만 사무치도록 결정적인 말은 항상 가슴에 묻어두었을 거예요. 그렇게 참을 인자를 수없이 새기며 보내온 세월이 나이 어린 아가씨에게서 느껴져서, 그래서 더 슬펐어요. 나라면 과연 그렇게 잘 참아낼 수 있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네요.


미소 양의 어머니처럼 자신 외에는 누구도 원치 않는 아이를 홀로 낳아 남부럽지 않게 잘 길러낼 자신도 없고요. 미소 양처럼 끈질기게 따라붙는 갖가지 편견들과 맞장을 떠가며 잘 성장할 자신도 없어요. 더구나 견디기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웃으며 쿨하게 농담으로 발전시킬 자신은 더 더욱 없습니다. MC 이승기가 사윗감으로 거론되었을 때 김부선 씨가 모범생이라서 싫다고 거부하자 미소 양은 돈 잘 벌어서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다고 센스 있게 받아쳐 좌중을 웃게 만들었죠. 그런가하면 어머니가 정치적 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 또한 걸작입니다. 그 짧은 순간에, 그 많은 이들과 카메라 앞에서 “어머니는 결혼을 못했지만 저는 해야 하니까”라고 답하는 순발력과 재치, 그게 어디 쉬운 건가요. 그래서 미소 양이 대견하고 김부선 씨가 대단하다는 겁니다. 어머니가 칼릴 지브란의 <눈물과 미소>를 읽고 이름을 지었다는 미소 양. 세상에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느냐만, <눈물과 미소>의 한 구절, ‘미소란 살아있는 내 기쁨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네’대로 미소 양은 어머니에겐 더 없는 기쁨이고 희망이고, 삶 그 자체였지 싶더군요.


미소 양의 출연작 소식이 들려오면 꼭 보러 갈게요


미소 양,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지금은 빤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고통의 무게를 갖고 태어난다는 옛말은 틀린 소리가 아니에요. 제가 살며 경험해본 결과, 그렇더라고요. 약한 강도로 자주, 오랜 기간에 걸쳐 매를 맞는 사람도 있고 초반에 맞을 매 세차게, 모조리 몰아서 맞는 사람도 있고요. 그리고 편하게 살다가 늘그막에 죽도록 고생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다면 미소 양은 보나 안 보나 미리 고통을 다 겪어버린 케이스겠죠? 드디어 불행 끝, 행복 시작은 아닐 수도 있으나 평탄하고 밝은 앞날, 기대해도 좋습니다.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돕고 있었다죠? 야무지게도 벌써 조리사 자격증을 두 가지나 땄구요. 그러나 어머니의 바람대로 연기자의 길을 더 걸어보기로 마음을 바꿨다고요. 딸이 연기자로 성장하길 그토록 바라는 까닭은 아마도 어머니 말씀대로 ‘본전’ 생각이 나서라기보다는 미소 양에게 연기자로서의 피와 끼가 흐른다는 걸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일 겁니다. 출연 결정을 했다는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우리에게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미소 양이 출연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꼭 가서 보려고요. 연기자로서의 삶이든 요리사로서의 삶이든, 또 다른 어떤 삶이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보세요. 저는 어떤 길이든 평생토록 미소 양을 응원할 테니까요.


미소 양,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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