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발언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대기업과의 전선을 제조업에서 유통·서비스 업계로 넓혀갈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유통ㆍ서비스분야로까지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논란을 낳았던 제조업의 중기적합업종 선정 작업을 유통ㆍ서비스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정 위원장이 겨냥한 유통ㆍ서비스 업계는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제조업과 달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중기적합업종을 추려내기도 쉽지 않다.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역할이 동반성장 문화 조성과 확산에 있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현실론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체와 백화점 업계도 못내 불편한 기색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진행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나 대규모유통업법 등과 같은 맥락"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혹시나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백화점 관계자도 "구체적인 범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장논리에 반한다면 그때가서 입장을 밝혀야 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동반위도 이를 의식한 듯 자체 실태조사와 외부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향을 정하겠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첫단추를 어떻게 꿸지, 복잡한 구조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깝다. 동반위는 얼마 전 제조업분야에서 대ㆍ중소기업 초과이익공유제를 협력이익배분제로 고쳐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냈다. 82개 업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했는데 아직 다듬어야할 대목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 지는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다. 동반위 위원장은 기업의 CEO 격인데 그 CEO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연일 거론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사람의 내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정 위원장이 없어도 될 만큼 동반위가 틀을 갖춰졌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럴지 우려스럽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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