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힐 SC은행장 '한글 열공' 하더니···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최근 인터넷에서 파란 눈 CEO의 유창한 한글 연설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동영상을 보면 이 외국인이 청중을 앞에 두고 5분이 넘도록 스크립트 없이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한글 연설을 하고 있다. 바로 리차드 힐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장이다.
이 동영상은 지난달 11일 SC제일은행이 SC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 출범할 당시 있었던 브랜드 선포식의 한 장면이다. 힐 행장이 당시 은행의 비전과 고객과의 약속 등을 한글로 발표했던 것. '구체화' 또는 '뻗어있다'처럼 한국인도 틀리기 쉬운 단어 앞에서는 잠시 뜸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지만 당황하지 않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발음하면서 실수 없이 연설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연설을 위해 힐 행장은 며칠간 한글 개인교습까지 받으며 발음과 목소리, 자세 등을 밤늦게까지 연습했다는 후문이다.
힐 행장의 한글 사랑은 오래 됐다는 것이 SC은행 측근들의 전언이다. 지난 2008년 1월 당시 SC제일은행의 재무이사 겸 부행장으로 부임한 뒤 한글 공부를 시작했고 2009년 12월 행장 취임식 때는 다소 어색한 한글로 취임사를 낭독했다. 또 각 지점을 방문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나 테니스를 직원들과 함께 할 때도 한글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한글을 매개로 한 직원소통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힐 행장은 요즘도 하루에 한 시간씩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일정이 빠듯할 경우 점심은 걸러도 한글 수업은 빼먹지 않는다는 힐 행장은 "한국어 공부를 할 때가 하루 중 유일하게 마음에 휴식을 주는 시간" 이라고 말했다. 영어ㆍ이탈리아어ㆍ그리스어 등 5개 언어에 능통한 그는 올해에는 한글을 마스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지에 가면 현지어로 소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업무 중에도 한글 쓰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는 것.
힐 행장의 한글 실력이 일취월장 하다 보니 직원들도 행장 앞에서 말조심을 하게 된다고. 한 직원은 "예전에는 행장이 계셔도 다른 직원들과 한글로 자연스럽게 얘기하곤 했는데 요즘은 행장께서 한글을 다 알아듣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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