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반 실적 부진…물가상승률 못미칠듯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증권가 노조들의 2011년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지난해 임금인상률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4%는 물론 2010년 임금상승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증권맨들의 어깨를 축 처지게 만들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 전반의 실적부진은 임금협상과정 자체도 힘들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무금융서비스노조(옛 증권노조)는 최근 ‘임금 2% 인상과 일시금 90만원’에 사용자 측과 합의하며 2011년도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이규호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보험, 은행, 카드 등 다른 금융업종과 달리 증권은 지나친 수수료경쟁, 증시부진 등의 이유로 업황 자체가 좋지 않아 이익이 많지 않았고, 단체로 진행되는 협상(통일교섭)에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이 속해 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임단협도 단체로 진행했고, 사측과 3.8%의 임금인상에 합의한 점과 비교하면 올해 임금인상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대우증권, 현대증권, 유진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부국증권 등 5개 증권사의 노조를 품고 있는 민주금융노조는 각사 지부가 개별 임단협을 벌인다. 이들 중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회사 측과 4% 후반대에서 인상률을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년도 임단협 미체결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2년치 인상분이다.
업계에서 강성으로 꼽히는 현대증권은 최경수 전 대표이사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임단협이 지난해 12월부터 중단된 상황이다. 새로운 대표가 내정된 만큼 협상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노조는 지난 2010년 5.2%의 임금인상에 합의했었고, 많은 증권사가 연봉을 동결시켰던 2009년에도 1~2% 수준의 임금인상을 이뤄냈다. 2010년 임금에 대해 5.8% 인상에 합의했던 대우증권 노조도 현재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찬바람이 부는 증권사 임금협상 테이블과 달리 금융권 공기업은 오랜만에 물가가 오른 만큼의 임금인상은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2011년 금융권 공기업의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을 4.1%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일찌감치 4.1% 인상(호봉 자연인상분 별도)에 합의했었다. 이외의 금융권 공기업도 기재부의 지침에 따라 대부분 4% 안팎의 임금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08년, 2009년 동결, 2010년 5% 삭감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보낸 후의 인상이라는 점에서 후한 인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평가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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