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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강신애 '위니 - 아이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5초

쑥!//무너진 잔해더미에서/삼일 만에 꺼냈을 때/쏟아지는 빛에 놀란 아기, 울지도 않고//불과 무지개/神과 고름으로 이루어진/이 변화무쌍한 지구에 이제 막 도착한 듯/퀭한 눈, 바스러질 듯한 가슴/뜨겁게 안아든 나 이제 막 태어난 듯/어리둥절한 너, 우는 나


■ 신문들은 많은 뉴스를 전하고는 다시 침묵한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잠깐 파문이 일다가 다시 정적이 삼켜버리듯이. 2010년 1월 아이티의 수도 프로토프랭스에서 10마일쯤 떨어진 곳에 진도 7.0의 강진이 있었고, 도시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지진 발생 사흘 뒤. 잔해 더미 속에서 어린 소녀가 구조되었다. 이름은 위니(Winnie). 탈수가 심했지만 아이는 살아남았다. 그날 천지가 무너지던 날 아버지와 어머니는 건물에 깔려 숨지고 말았다. 위니를 돕자는 구호가, 언론을 통해 세계에 퍼졌고 인류는 강신애처럼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도우려고 나섰다. 멀고 낯선 나라의 가엾은 어린 소녀를 향해 눈물 찍는 마음. 그런 감정이입이 되는 한, 우린 인간이며 시인일 수 밖에 없다. 지금 그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세상엔 얼마나 많은 위니가 울고 있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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