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 투자 두 배 이상 늘어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해외 광산·에너지 지분에 관심을 가지며 자원이 풍부한 호주, 남미에 투자 초점을 뒀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 유럽으로 투자의 눈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중국 기업들의 유럽 투자가 지난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사모펀드 A캐피탈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유럽 시장으로 투자의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파리에 사무실을 두고 중국 투자자들의 유럽 기업 인수를 지원하고 있는 사모펀드 A캐피탈은 지난해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680억달러(76조원)를 기록, 2010년 688억달러 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투자가 42억달러에서 32억달러로 급감한 반면 유럽에 대한 투자액은 104억달러로 2010년 41억달러보다 배 이상 늘었다.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 680억달러 가운데 44%가 기업 인수합병(M&A)에 사용됐는데, 해외 M&A의 34%가 유럽에서 진행돼 아시아, 북미, 호주&뉴질랜드, 남미, 아프리카 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타깃은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호주&뉴질랜드 순이었다.
A캐피탈의 앙드레 뢰제크루크 피에트리 설립자는 "중국 기업들이 유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의 해외 투자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초기 해외 투자는 국유기업을 내세운 광산·에너지 분야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민영기업 중심으로 해외 브랜드 및 기술 인수에 공을 들이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2010년 61%를 차지했던 중국 기업들의 자원 분야 M&A는 2011년 비중이 51%로 떨어졌고, 국유기업 주도 M&A 비중도 같은 기간 82%에서 72%로 줄었다.
일례로 중국 푸싱그룹은 2010년 프랑스 레저업체 클럽 메드의 지분을 7%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보유 지분율을 10%로 늘렸다. 푸싱그룹은 지난해 그리스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 폴리폴리 지분 10%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태양광 업체인 란싱은 노르웨이 최대 금속실리콘 생산업체 엘켐을 약 23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WSJ은 중국 기업들의 유럽 투자 급증 관련 보고서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호세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연례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 정상들은 원 총리에게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열리는 회담에 중국투자공사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GDF 수에즈를 비롯한 각국 기업 대표들도 참석하는 만큼 기업간의 활발한 투자 약속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WSJ은 중국이 유럽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부채 위기 속에서 새로운 재원과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유럽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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