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 스마트TV에 전면전을 선언한 이석채 회장의 노림수가 인터넷 종량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인터넷도 전기처럼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종량제를 주장해왔다.
13일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 의사에도 불구하고 KT가 삼성전자와 전면전에 나선 까닭은 정액요금으로 부과되고 있는 인터넷을 종량제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KT는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서버로 접속되는 인터넷망을 전면 차단했다. 그 결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TV는 먹통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에 즉각 반발하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KT는 표면적으로 스마트TV가 발생하는 데이터 트래픽이 많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기존 통신 서비스를 위협할 정도로 트래픽이 많아 어쩔수 없이 차단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이석채 KT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차례 삼성전자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이 회장이 스마트폰 도입 등 삼성전자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스마트TV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자업계는 단순한 트래픽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KT측에서 인터넷 종량제 전환을 통한 국면전환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스마트TV 및 스마트폰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를 공격한 까닭이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직 스마트TV로 인한 데이터 트래픽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망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실측도 안된 상황에서 KT가 차단조치를 시행한 것은 인터넷 종량제를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인터넷 종량제를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통신사들이 수조원을 들여 설치한 망에 무임승차를 허락하지 않겠다"며 비난했다.
지난 2010년 12월에는 '광대역 통합망 포럼'에 참석해선 "인터넷도 전기처럼 쓴 만큼 요금을 내야 한다"고 말해 인터넷 종량제 전환을 직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KT가 인터넷 종량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현 정액제 요금에선 유선 부문의 향후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차세대 서비스에서 주도권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망 사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알카텔루슨트에 따르면 향후 2~3년내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회선당 비용은 수익을 초과할 전망이다. 오는 2014년부터 가입자당 매월 60달러씩 적자를 본다는 것이다.
스마트TV의 경우 KT의 IPTV 사업과 직접적으로 충돌한다. IPTV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가 스마트TV에서도 서비스되고 앱을 이용해 실시간 방송까지 볼 수 있게 돼 데이터 사용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향후 스마트TV가 일반화될 경우 IPTV는 케이블, 위성 방송 사업자가 아닌 삼성전자, LG전자와 경쟁을 해야 한다. 통신사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N스크린 서비스도 통신사는 망만 제공하고 돈은 TV업체가 벌어갈 가능성이 높다.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확대될 경우 유무선 매출의 감소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때문에 종량제를 통해 수익 감소폭을 줄이고 서비스 주도권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망중립성 문제가 끝나지 않은 현재 KT의 스마트TV 차단 조치는 소비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KT만의 일방적인 조치"라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