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자신이 충분히 재선될만하다고 밝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미국 대선의 '폭풍의 눈' 슈퍼팩`(슈퍼 정치행동위원회)을 통한 모금에 나서기로 한 것.
오바마가 지난 5일(현지시간) 슈퍼볼 경기를 앞두고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재선될 자격이 있다"고 말한 뒤 나온 결정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고용시장 안정에 힘입어 재선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그가 '돈선거'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재선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반증이다.
덩달아 올해 미 대선이 사상 최악의 선거비용을 수반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선거캠프 책임자인 짐 메시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전직 보좌관 두 명이 설립한 친(親)오바마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에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지지덕에 이 슈퍼팩은 적극적인 후원금 모집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오바마는 슈퍼팩 출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금권선거 우려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드러나 슈퍼팩 파워 앞에 소신을 바꿨다.
오바마는 지난 2010년 미 연방대법원이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특정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지출하는 광고와 홍보비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판결을 하자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오바마의 소신을 바꿀만큼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드러난 슈퍼팩의 파워는 확연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우리의 미래를 되살리자'(Restore Our Future)',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우리의 미래 쟁취(Winning Our Future)' 등의 슈퍼팩을 통해 엄청난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오바마가 소신을 바꾼 것은 결국 돈의 힘이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예비주자들에 비해 자금력에서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바마와 민주당 지원 슈퍼팩은 후원금에서 공화당 지원 슈퍼팩에 비해 턱없이 뒤지고 있다.
미 선관위에 따르면 롬니 지지 슈퍼팩 '우리의 미래를 되살리자'(Restore Our Future)는 3020만달러를 모았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 입장에 발목이 잡히며 친 오바마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은 440만달러 모집에 그치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해까지 1억2500만달러를 모금해 공화당 유력주자로 나선 롬니의 모금액 5600만달러를 크게 앞서있었다. 하지만 슈퍼팩 모금액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자금 부문의 이점을 잃게 됐다.
외신들도 오바마의 입장변경을 주목하면서도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결정이 오바마에게 정치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02년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함께 액수에 제한이 없고 규제를 받지 않는 정당 기부금(소프트머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 '매케인-페인골드법'을 발의한 개혁파 정치인 페인골드 전 상원의원이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페인골드 전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오바마에게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민주당을 친(親) 기업정당으로 만들고, 결국 패배의 싸움터로 몰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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