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법...'뿌리' 잘라 '누리' 잡기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7일 지역구(대구 달성군) 불출마 카드를 꺼내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친박계가 다수인 영남 고령·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압박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더 복잡하다. 인적 쇄신의 칼날이 친박·영남의원뿐 아니라 친이계 핵심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결국 같은 날 홍준표 전 대표는 공천 신청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는 일단 친박계를 포함한 영남권 중진들의 '용퇴론'에 힘을 싣고 있다. 그동안 당내에선 고령·중진 의원들에게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당사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김효석(3선)·유선호(3선) 등 민주통합당의 호남 중진 의원들이 속속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먼저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다른 영남권 중진들의 용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용퇴를 고민하던 중진 의원들도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초기에 '돈봉투' 폭탄이 터지면서 제기됐던 'MB정권 실세 용퇴론'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전당대회 돈봉투가 제기되자 당을 운영했던 안상수·홍준표 전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되었고, 이상돈·김종인 등 비대위원들도 친이계의 용퇴를 거듭 주장했다. 이 때문에 당의 분열론이 고개를 들자 박 위원장은 "계파는 없다"며 서둘러 진화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지역구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친이계 핵심 의원들의 부담은 커졌다.
홍준표 전 대표가 공천 신청을 포기한 것도 박 위원장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 홍 전 대표는 박 위원장이 불출마 선언한 이후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당의 명령'에 따르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이재오 의원이나 정몽준 전 대표도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패배 분위기 역전을 노린 '승부수'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2004년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당을 '부활'시키는 막강한 파워가 비대위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인선부터 당명 개정 작업까지 야심차게 진행한 쇄신 작업에 국민들이 호응하지 않았다. 당내 인적 쇄신이나 인재 영입 작업도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던지고 배수진을 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역전을 시도한 것이다. 총선에서 패할 경우 박 위원장의 대권 행보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제 박 위원장의 선택지는 비례대표 후순위 출마와 총선 불출마 등 두 가지로 좁혀졌다. 박 위원장은 비례대표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당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 후보로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해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후순위로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 안정권을 벗어난 23~25번 정도에 배치될 경우 '배수진'을 친 것이고 이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비례대표로 출마할 경우 순번 문제로 또 한 차례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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