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대구 달성군 지역구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사실상 대선직행(直行)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비례대표는 당과 상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례대표는 박 위원장에 큰 의미가 없다. 현재로서는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기는 부담이 돼 끝 번호 혹은 후위 순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의원직을 내놓아도 다음순번이 의원직을 승계받게 돼 의원수에는 변함이 없어진다.
박 위원장은 이에 따라 4.11 총선에서 전국을 누비며 새누리당과 지역구에 나간 후보들의 지지를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다만 민주당이 과반을 넘을 것인가, 한나라당이 개헌저지선(100석)을 지키는가 관전 포인트다. 박 위원장이 총선에 올인키로 하면서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위원장에게 꼬리표로 붙는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다. 2004년 16대 총선에서 탄핵 광풍에 당시 한나라당이 100석을 얻지도 못할 것이라는 패배감에 휩싸였을 때 당시 대표였던 박 위원장은 121석을 얻어냈다. 이번 총선이 2004년때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박 위원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 위원장이 2004년(121석)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낸다면 당내 입지는 물론이고 대선주자로서 확실한 이미지를 다시 구축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지역구를 벗어나 전국을 무대로 선거지원에 나설 경우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도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위원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2강 체제를 구축해 왔다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맹추격에 직면했었다. 문재인 이사장의 거침없는 상승세에 밀려 박 위원장은 지지율에서 정체 혹은 약세를 보였다.
박 위원장의 대선에 대한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7일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앞서 그는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지역구 주민 대표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아쉽고 섭섭하지만 큰일을 하시는데 우리가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면서 사실상 '지역구 불출마'의견을 전달했다. 한 참석자가 박 비대위원장의 정치역정을 거론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14년만에 '정치적 고향'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박 비대위원장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연방 휴지로 눈물을 닦아냈다.
면담을 끝내고 10여 분간 홀로 숙고의 시간을 가진 박 비대위원장은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는 지역 주민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또 한 번 눈물을 훔쳤고, 곧바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을 보여야 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1시간 사이에 3차례의 눈물을 보인 셈이다.
박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두 차례 선거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자다가도 (비대위 일이)생각나 다시 깬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가슴이 뚫린 느낌이라 했는데 너무 바빠서 돌아볼 시간도 없더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꿈을 이루려고 살고 정치는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등대를 보고 가는 것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일반 시민으로 돌아갈 때 정치하면서 살기 좋은 나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어두운 밤에 등대를 보고 흔들리지 않듯이, 차를 타고 먼 곳을 보며 흔들리지 않게 가듯이, 정치하며 중요한 건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정치를 어느 때까지 할지 모르지만 이런 꿈을 실현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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