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어학원, 회원들에게 이메일 보내 ETS 정보독점 비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토익 유출이 비단 해커스만의 문제는 아닐텐데... 토익점수 요구하는 회사나, 한달에 한번 응시료 비싼 시험 치르게 하는 ETS나, 쪽집게 학원을 찾아다니는 학생이나..."(아이디 redm**)
토익, 텝스 등 영어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커스어학원이 '조직적인 문제 유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상당 수 수험생과 누리꾼들 역시 이번 사건이 해커스만의 문제가 아니며 시험문제와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 ETS(미국 교육평가원) 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커스어학원(이하 해커스)은 7일 자사 홈페이지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영어시험 문제 유출 혐의에 대해 해명했다.
해커스 측은 이메일에서 "토익 시험 문제 유출을 통해 족집게식 과외를 한 것이 아니라 토익 시험 응시를 통해 최신 기출 문제와 경향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연구자료로만 활용했다"며 "방법상 문제가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ETS에서 기출 문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학습자는 4만2000원을 들여 본 시험의 문제는 커녕 정답도 알 수 없고, 심지어 어떤 문제를 맞고 틀려 본인이 획득한 점수를 받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것이 현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해커스는 또 "이번 검찰 수사는 영어시험 기출문제에 대한 시험출제기관의 정보 독점을 정당화시킴으로써 수많은 수험생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매달 학습자들의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ETS와 검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커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소식과 해커스 측의 해명이 전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는 이번 사안을 둘러싼 엇갈린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카페 '닥치고취업' 게시판의 한 누리꾼(아이디 상하이**)은 "대한민국 모든 토익 강사들이 시험장 가서 문제 외워오는 거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오히려 검찰이 응시료 올리고 일부러 성적 늦게 발표하는 ETS를 수사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아이디 KWON**는 "ETS가 문제 유출을 문제 삼기 전에 점수 발표나 빨리했으면 좋겠다"며 "(응시생들이) 얼마나 답답하면 시험 본 뒤 답을 맞춰보느라 난리겠느냐"고 되물었다.
반면 해커스의 문제 유출은 저작권 위반을 넘어선 중범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아이디 sgki**은 "토익 문제를 조직적으로, 불법적으로 빼돌리다가 적발됐는데 이 정도면 당연히 회사 폐업시켜야 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고, 또 다른 트위터리안(@Lynx**)은 "해커스가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자기변호식 사과문을 돌리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해커스의 문제 유출은 시험만 잘 보면 된다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hc20**)이라는 지적과 "이제 토익 시험도 바꿀 필요가 있다"(쉬엄쉬**)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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