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유력한 대선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행보가 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 대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저마다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다양한 가능성과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빗장 너머의 본심(本心)을 내보이지 않고 빗장을 풀었다 걸었다하는 '빗장정치'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의심의 여지없는 대선후보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4.11 총선 출마에 대해 고심을 계속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재 지역구 출마와 불출마, 비례대표 끝번호, 총선불출마와 대선직행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조만간 결론을 낼 예정이다.
공천신청 접수가 시작된 지난 6일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을 찾은 박 비대위원장은 출마냐, 불출마냐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지역구민의 의견에 따라 이번주 이 문제를 결론짓겠다는 정도로 언급했다.그는 "달성군민 각계각층의 의견을 조만간 전달받고 (불출마 여부를) 빠른 시일내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역 민심은 이날 그를 홀가분하게 해줬다. 그가 지역구에 당선될 경우 대선후보로 나가기 위해서는 의원직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활동은 6개월도 못하게 된다. 지역구의 투표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 박 비대위원장과 지역당원 50여명과의 이날 오찬에서 당원 대다수는 "여기(지역구)는 신경 쓰시지 말고 큰일을 하시라", "우리는 대통령을 원한다"는 말로 그가 총ㆍ대선이라는 큰 싸움을 바라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비대위원장의 거취 표명은 공천 정국 초반 방향에 결정적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공천 '물갈이'분위기가 급속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비례대표 불출마까지 이어진다면 그 파괴력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은 안 원장은 박 비대위원장과 달리 총선에는 나서지 않지만 대선과 총선 이후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서는 그간 애매모호한 답변을 해왔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전날 기부재단 설립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애매모호한 정치적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정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그 열림의 폭이 좀더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안 원장은 전날 "우리 사회의발전적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 중"이라며 "정치도 그 중 하나일수 있다"고 말해 정치 참여의 가능성을 다시 넓혔다. 안 원장이 사회적 기여 방법을 모색해온 부분은 책과 강연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인데다 발언 자체가 애매모호하지만, 최근 정치권 변화와 안 원장의 지지율 변동과 연관돼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권과 정치전문가들에서는 안 원장의 기부재단 기자회견과 이날 발언을 두고 안 원장이 여전히 정치참여에 의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의 당명교체와 쇄신작업,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노무현 재단이사장의 지지율 상승 등의 정치권 판세 변화에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시키려는 의도라는 풀이다. 일부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안 원장은 지지율이 약보합세를 보인 반면 문재인 이사장은 안 원장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야권 정치원로와 여성계 대표인 박영숙 이사장을 선임한 것도 이런 방증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은 총선 출마의 거취를 조만간 정리하고 총·대선 승리를 위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반면 안 원장은 향후에도 다소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정치적 발언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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