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 등 당국의 수요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지난주 발생한 전력 피크 때 또 한 번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 했습니다."
지난 2일 전국이 한파로 꽁꽁 얼어붙으면서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신기록을 갈아치운 날. 전력 당국자들은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치로 치솟을 것에 대비해 정부와 한전, 전력거래소 등 함께 힘을 모아 '수요 관리'에 만전을 기한 덕분이었다"며 안도의 안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9.15 대정전'이 발생한 지 불과 5개월여 만에 우리나라 전력 수급이 안정적인 패턴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올 겨울 들어 최저 기온을 기록했던 2일 오전 11시 최대 전력 수요는 7383만kW로 종전의 겨울 최대 전력(7314만kW)을 경신했지만, 예비 전력 567만kW, 예비율 7.7%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보였다.
이는 지식경제부의 긴밀한 모니터링과 한전의 수요 관리 제도가 적시에 발동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주 한전 수요관리팀은 전력 수급이 여의치 않자 주간 예고 수요 조정을 발동키로 하고 사전 계약된 산업체(300호 이상)에 급히 협조 연락을 돌려 하루 평균 150만kW 상당의 전력을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주간 예고 수요 조정은 공급 예비력이 500만kW 이하 혹은 최대 전력이 경신될 것으로 예상될 때 실시하는 긴급 조치다. 올 겨울에는 지난 1~3일 사흘 연속을 포함해 총 5번 발동됐다.
만약 주간 예고 수요 조정이 발동되지 않았더라면 55년 만의 강추위가 몰아닥친 2일 최대 전력은 7522만kW, 예비 전력은 428만kW, 예비율은 5.6%로 뚝 떨어졌을 것이란 게 한전의 추산이다.
한전 관계자는 "수요 관리량 150만kW를 대체하기 위해 발전소를 건설한다면 약 4조원의 건설비와 추가적인 운영비가 소요될 것"이라며 "이를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결한다면 약 1.5% 이상의 인상 억제 효과가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겨울철이 시작되기 전 지난해 11월 수요 관리 참여 고객 약 4000호와 약정을 체결했다. 총 감축 가능한 규모는 300만kW 수준으로 전년도(150만kW)보다 150만kW를 확대 발굴했다.
또한 수요 관리 시행 시에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전 약정 고객에 대해 전담 직원을 임명해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수요 관리 전담제'도 함께 마련했다. 1일부터 3일까지 최대 전력 경신이 예상되는 수급 상황에서는 수요 관리 참여 고객 중 규모가 큰 산업체 현장에 전담 직원 400여명을 상주시키기도 했다.
한전은 앞으로 전력 수요 관리를 부사장 책임 아래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3일 전력수급실을 신설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전 관계자는 "2014년 여름까지 전력 수급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적극적인 수요 관리 및 예측, 위기 대응 체계 확립 등 다각적 노력을 통해 '제 2의 9.15 정전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부를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여기엔 현재 3%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김중겸 한전 사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시장을 통한 수익성을 높이고 고용 재창출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내부 흡수하고, 활발한 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 생산과 고용을 확대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청년 실업 해소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채용할 예정인 신입사원은 총 1207명이다. 공채 505명(경력 50명 포함), 청년인턴 702명 등이며 고졸 채용 비중은 30%에 달할 전망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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