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사, 유럽노선 인상계획
한진해운·현대상선 "출혈 더 못버텨"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적자 늪에 빠진 해운사들이 주요 원양노선인 아시아~유럽노선을 중심으로 2배 운임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 운임수준으로는 배를 띄워봤자 적자가 불가피하고 더 이상 출혈경쟁을 지속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내달 1일부터 유럽노선의 운임을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700달러, 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1400달러씩 인상키로 했다. 현대상선 또한 같은 시기에 TEU 당 780달러, FEU 당 1560달러의 인상 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대다수 해운사의 유럽노선 운임이 TEU당 700달러선에 형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인상폭은 배를 웃돈다. 이번 인상안은 화주들과의 개별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되는 것으로 화주들의 반발이 예상돼 실제 인상폭은 인상카드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글로벌 해운사들도 인상계획을 공개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라인은 내달 1일부터 유럽노선의 운임을 TEU 당 775달러 인상한다. 세계 3위 컨테이너선사인 CMA-CGM과 독일 최대선사 하팍로이드도 각각 TEU 당 750달러의 유럽노선 운임 인상계획을 세웠다. 대만 에버그린은 이보다 높은 900달러로 결정했다.
저가운임을 앞세워 '제 살 깎기'식 출혈경쟁을 벌이던 해운사들이 연이어 운임 인상계획을 발표한 것은 시황부진, 유가상승, 저가운임 등으로 적자폭이 점차 확대됨에 따른 것이다. 국내 최대선사이자 선복량 기준 세계 9위인 한진해운의 경우 지난해 컨테이너부문에서만 무려 55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입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나 시황이 좋지 않아 실제 운임에 반영이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여러 차례 실패했다"며 "이번 인상폭이 예년에 비해 큰 것은 현 운임이 그 정도로 낮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일한 노선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데 비수기라고 운영비용도 되지 않는 운임을 받는 건 말도 안된다"고 운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그간 유럽노선의 출혈경쟁을 주도했던 머스크라인, CMA-CGM 등 세계 3위권 해운사들이 운임인상 발표의 선봉장이 됐다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한 중국발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924.25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1월보다 낮다. 유럽노선의 경우 지난해 1월 말 1500포인트선에서 최근 930포인트선으로 일 년만에 40%가량 빠졌다.
이에 반해 고정 운항비용인 선박 연료유가격은 지난해 초 t당 500달러 선에서 최근 700달러선까지 훌쩍 뛰어오른 상태다. 컨테이너선사의 경우 운항원가에서 연료유 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이 25~30%에 달한다. 선박연료유가 t당 100달러 인상될 경우, 5000TEU 급 컨테이너선 1척 당 추가비용은 연간 390만달러로 추정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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