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소송 '패자의 게임' 바라보는 전문가 5인
-삼성 특허 기술, 애플 디자인 독창성 인정 힘들어
-전리품 없는 소모전···결국 극적 화해 전망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전이 승자 없는 '패자의 게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본안 소송이 몇차례 열렸지만 '원고 패소'로 이어지고 있다. 싸움을 건 쪽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전리품도 없는 소모전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가 결국 법정 밖에서 화해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본지가 특허 소송 전문 변호사와 변리사 5명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삼성-애플 특허전은 확실한 승자가 없는 지루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애플의 특허 침해는 기술적, 법리적 변수가 워낙 많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이 주장하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도용에 대해서도 법원이 디자인 권리 범위를 좁게 해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오름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오세중 변리사는 "삼성전자가 재판에서 이기려면 애플의 특허 침해 사실과 삼성전자의 특허 권리가 존재해야 한다"며 "애플이 일부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될 수는 있으나 삼성전자가 확실한 권리를 갖고 있는지가 의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술이 다른 기업의 사용을 허락해야 하는 '표준특허'로 법원이 판단할 경우 삼성전자가 승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다래의 조용식 변호사도 "표준특허의 경우 다른 기업이 해당 특허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차후에 특허권자에 로열티를 지급해도 되는 특허를 의미한다"며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문제삼은 특허가 표준 특허라면 법원이 애플의 비침해 결론을 내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표준특허를 앞세워 애플을 제소했는지 여부를 최근 유럽연합(EU)이 조사키로 한 것도 주목된다. 만약 EU가 표준특허로 결론을 내리면 삼성전자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퀄컴과의 계약도 변수다. 애플이 퀄컴의 통신 칩을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애플이 통신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 2004년 삼성전자와 퀄컴이 통신 특허와 관련해 크로스 라이센스를 체결했기 때문에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맞선다. 두창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진훈태 변리사는 "애플은 삼성전자와 퀄컴 간의 크로스 라이센스를 바탕으로 특허 비침해를 주장한다"며 "(법원이 삼성전자와 퀄컴간 크로스 라이센스를 폭넓게 해석한다면) 삼성전자가 통신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디자인ㆍ사용자환경(UI) 관련 소송에서도 원고 기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법무법인 강호의 박찬훈 변호사는 "애플이 아이패드의 디자인권을 주장하는데 이미 아이패드가 출시되기 훨씬 전 영화 속에 아이패드와 같은 제품의 모양이 등장한 적이 있고 UI 측면에서도 독창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며 "애플의 주장은 다소 억지스러워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의류, 핸드백 등 소품 관련 소송에서는 디자인 침해 논란이 많지만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디자인 관련 소송을 제기한 적은 적다는 점도 애플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용식 변호사는 "법원에서 디자인 쪽으로는 권리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소모전에 지친 양사가 법정 밖에서 극적으로 화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수특허법률사무소의 정동준 변리사는 "삼성전자는 특허 소진, 애플은 디자인 및 UI 무력화 추세로 당분간 쉽게 승소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향후 지루한 소송이 계속되면서 양사의 물밑 협상 노력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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