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지난 1일 부산 앞바다. 호화유람선인 하모니크루즈 회의실에 나비 넥타이를 맨 중년의 남자가 들어선다. 파도로 인해 선실이 약간씩 흔들렸지만 그의 발걸음은 편안해 보인다.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도입된 크루즈선의 선주이자 중견 벌크선사 폴라리스 쉬핑의 한희승 회장이다. 최저요금 13만9000원에 호화 크루즈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잘 몰라서 크루즈를 시작했다"는 농담으로 말을 꺼낸 그의 이력은 범상치 않다. 배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한 회장은 해양대를 졸업한 후 2000년 한원마리타임을 창업했다. 이어 2004년 폴라리스 쉬핑을 설립하고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던 그가 크루즈산업에 뛰어든 데는 미국과 유럽의 크루즈선을 경험한게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크루즈가 없을까'하는 의문을 가졌던 것. 2008년 금융위기로 잠시 꿈을 접었던 그는 2010년 들어 구체화했다. 비밀리에 TF팀을 구성한 뒤 이달 첫 출항에 나설 때까지 2년여를 매달렸다. 크루즈산업이 소득증가에 따라 차세대 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크루즈 산업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시절에도 연 평균 8%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며 "해운업이라기보다 일종의 문화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선상 서비스업. 카지노, 면세점, 스파, 파티, 병원 등 각종 서비스업이 배 위에서 가능하다고 한다. 어쩌면 바다는 그저 배경인 셈이다.
30년의 크루즈 역사를 지닌 일본을 뛰어넘겠다는 결의도 엿보인다. 한 회장은 "일본의 크루즈 산업 성장률은 1~2%에 불과하다"며 "일본처럼 60~70대 고령 인구 위주에서 벗어나 30~40대를 타깃으로 삼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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