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실업률 울고, 독일만 방긋
유로존 10.4%..1999년 이래 최고
독일 6.7%..1991년 이래 최저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독일이 20년 만에 실업률이 최저치를 기록한데 반면 유로존(유럽 17개국) 전체 실업률은 출범당시인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명암을 달리했다.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독일과 ‘기타’유로존 국가 간의 경제력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음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통계청은 이 날 “지난해 12월 유로존 17개국의 실업자 수가 2380만명으로 전달보다 2만명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네덜란드 근로자인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해도 실업자 증가폭은 유로존이 75만1000명, EU 전체론 92만3000명에 달한다.
특히 10.4%인 유로존 국가 실업률은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 경신했다. 스페인, 그리스 등 소위 ‘주변국’들은 각각 22.9%, 19.2%로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독일의 올 1월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6.7%로 줄어들면서 199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3만4000명 감소한 285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1만명 감소)보다 큰 폭 감소세이며,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유로존 국가의 실업률 증가는 국가채무 위기와 경기둔화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은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재정긴축을 골자로 한 신(新)재정협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향후 경제성장률도 낮아져 앞으로 실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긴축정책만 고집하다가는 근본적인 위기 해법을 마련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재정적자 감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특히 유로존 평균 21%가 넘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EU는 지난 30일 정상회의에서 고용에 초점을 맞춘 성장대책을 일부 내놓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이 극도로 긴축되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의 효과가 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한편, 미국도 부정적인 실업률 전망이 나와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실업률은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께 8.9%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이 실패했던 해의 실업률이 각각 7.5%와 7.4%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실업률 추정치는 재선을 노리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아주 높은 수치이다.
CBO 보고서는 오는 2016년까지는 실업률이 5%선을 계속 웃돌고, 2015년까지는 7% 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노동부가 밝힌 12월 미국 실업률은 8.5%로 전월 8.7%보다 개선되면서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실업률은 아직 역사적 고점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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