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그 곳에 가면 감성이 있다."
신두철 아담스골프 사장(52ㆍ사진)은 해마다 1월이면 어김없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를 찾는다. 오렌지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30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PGA 머천다이스쇼' 때문이다.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해 한 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골프용품 메이커나 유통업자들은 현장을 찾은 수 만 명 관람객들의 반응을 체크하며 연일 회의를 개최하고 전략을 수정한다. 신 사장을 만나 전문가의 시각에서 머천다이스쇼를 바라봤다.
신 사장이 바로 2008년부터 4년간 아시아경제신문에 지구촌 골프용품업계의 흐름을 세밀하게 분석한 PGA쇼 참관기를 연재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2008년 관성모멘트(MOI)를 끌어올리기 위한 '변형디자인의 가속화'를 기점으로 2009년 복고풍과 피팅시스템 시대 개막, 2010년 하이브리드 경쟁 등 '쉬움의 미학', 지난해는 특히 테일러메이드 R11이 주도한 '화이트의 전쟁'과 아쿠쉬네트의 빅딜 등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올해의 전체적인 흐름은 일단 '브랜드의 편중과 기술력의 보편화'로 요약했다. 불황으로 오히려 메이저 브랜드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일러메이드다. 신 사장은 "지난해 드라이버를 포함한 우드 카테고리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테일러메이드가 올해는 버너라인을 버리고 튜닝 기능을 더욱 확대한 로켓볼즈(RBZ) 라인를 가동해 여전히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메이커의 기술력이 이제는 대부분 상당 수준에 도달했고, 더 이상 획기적인 제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점이 토대가 됐다. 신 사장은 "경량이나 피팅 드라이버 등 세분화된 화두가 대두되고 있지만 더 이상 기술적인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결국은 소비자가 골프채를 처음 대했을 때 느끼는 감성의 문제, 다시 말해 확연하게 자극을 주는 디자인이 가미돼야 실질적인 구매 심리로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3D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더했다. 2012년 신모델들이 대부분 입체적이고, 세련된 옷을 입고 있는 까닭이다. 신 사장은 "지난해 드라이버에서 나타난 다양한 컬러가 올해는 샤프트의 화려한 무늬로 직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볍고, 고탄성인데다가 울긋불긋한 일본 샤프트 브랜드는 독주를 거듭하는 동력을 얻은 셈이다. 한국 기업인 매트릭스의 선전이 반갑다.
우드와 아이언 시장은 하이브리드가 대세다. 신 사장은 "지난 20년간 골프용품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메탈드라이버의 등장과 골프공의 눈부신 진화, 하이브리드 골프채의 등장 등을 들 수 있다"며 "치기 어려운 페어웨이우드나 롱아이언을 대신한 하이브리드는 이미 프로선수들에게도 필수 아이템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의 아마추어골퍼들 역시 드라이브 로프트를 높이고, 미들 아이언 이상은 하이브리드 골프채로 대체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아이언이 수년 내 아이언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골프인구의 노령화에 따라 '치기 쉬운' 골프에 더욱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고, 실제 대다수 브랜드는 이번 쇼에서도 하이브리드 아이언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신 사장은 "하이브리드 시대는 골프채를 넘어 골프화, 의류까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에코의 스파이크가 없는 하이브리드 골프화 '스트리트'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이번 쇼에서는 나이키, 푸마 등 골프화 브랜드들도 대거 하이브리드 골프화를 출품했다"고 소개했다. 골프 의류시장의 위축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 스피드패션이 보편화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골프와 라이프스타일의 경계가 무너지고, 값비싼 골프의류가 퇴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랜도(美 플로리다주)=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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