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시장 향해 '닻' 올린다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의 총수가 다음달 교체된다.
스위스리를 새롭게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4년 동안 스위스리에서 잔뼈가 굵은 미셸 리에(57ㆍ사진)다.
스위스리는 지난 19일 새 CEO로 선임된 리에에 대해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세계경제포럼(WEF)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라고 평했다.
전 CEO인 스테판 리페는 임기를 조금 남겨둔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리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겨우 벗어나기 시작할 즈음인 2009년 2월 CEO에 등극해 스위스리를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전환사채를 추가 수수료 없이 조기 상환하기로 합의한 뒤 뜻밖의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에는 CEO 선임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스위스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재무 건전성이 안정됐다"면서 "앞으로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태생인 리에는 1974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수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브라질 상파울루로 건너가 한 세라믹 제조업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며 4년 동안 포르투갈어와 브라질 문화는 물론 경영 마인드도 체득했다.
브라질 현지 근무는 리에에게 보물 같은 경험이었다. 그는 1978년 스위스리로 자리를 옮긴 뒤 브라질 등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 초점을 맞춰 움직였다. 당시 유럽에 기반을 둔 스위스리는 대표적인 신흥국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가운데 가장 빨리 성장 중인 브라질로 진출하려 했으나 지역 전문가 찾기가 쉽지 않았다.
리에는 신흥국 시장에서 14년 동안 근무하면서 라틴아메리카 담당 최고책임자로 승진했다. 이어 1998년에는 스위스리 그룹 이사로 선임됐다. 2000년 유럽으로 다시 건너간 리에는 유럽 부문 책임자 겸 글로벌 팀장으로 활동했다.
그가 스위스리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글로벌 파트너십 회장으로 선임된 뒤다. 그는 같은 해 스위스리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하며 WEF 같은 세계 굴지의 포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위험자산을 관리하고 정부ㆍ기업ㆍ개인의 부채를 줄이는 데 앞장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위스리의 신임 CEO에 리에가 아닌 스위스리의 생명보험 부문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무멘탈러가 지명될 것으로 생각했다. 무멘탈러 역시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그러나 스위스리는 무멘탈러가 아니라 리에를 택했다. 리에를 '스위스리 호' 선장으로 발탁한 것은 향후 신흥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리에가 CEO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지만 본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다. 150년 전통의 스위스리를 이끌어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뜻이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