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서면 눈물처럼 떠오르는 그대의 흰 손 돌아서 눈 감으면 강물이어라/한 줄기 바람 되어 거리에 서면 그대는 가로등 되어 내 곁에 머무네/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조용필 특집(2)
'창 밖의 여자'
■ 다시 그를 만난 건,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가 캠퍼스 잔디 위에서 불렀던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에서였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니?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포시라운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 아직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이제 막 죽고싶은, 잠들고 싶은, 절망의, 절명의 영혼에게는, 저 반어법 만이 진실이다. 1980년이었다. 그 저기압의 시절에 조용필은 아우성의 핑계였다. 저마다 창밖의 여자로, 미치고 환장할 시절을 피뱉듯 뱉었다. 조용필의 첫 인상은 나비넥타이를 맨 나이트클럽 종업원 분위기였다. 목이 짧고 눈이 작고 어쩐지 세상 궁상을 혼자 짊어진 것 같은, 슬픈 남자. 오직 목소리 만큼은 천상에서 길어온 듯한 푸른 슬픔이었다. 유령처럼 떠돌던 저음이, 마침내 인간의 육성이 되어 터져나올 때, 그건 정말 희한한 감격이었다. 밑바닥에서 올라와 구름의 히프를 쑤시는, 그 파노라마의 음역.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