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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송창식 '한번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4초

한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붙여오겠지/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 와 가는데/왜 이렇게 망설일까 나는 기다리는데/뒤돌아보고 싶지만 손짓도 하고 싶지만/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 봐야지


한번쯤 돌아서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겁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겠지/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 왔을텐데/왜 이렇게 앞만보며 나의 애를 태우나


■ 딱, 갑돌이와 갑순이 재판(再版)이다. 1절에서는 골목에서 앞서 걷는 갑순이가, 갑돌이를 향해 속으로 중얼거린다. "한번쯤 말을 걸겠지." 그런데 계속 따라오기만 할 뿐 소식이 없다. 2절에선 뒤의 갑돌이가 중얼거린다. "한번쯤 돌아보겠지." 둘 다 서로에게 '행동 개시'를 미루며, 속을 끓인다. 결국 송창식 남녀는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갑순이는 집 안으로 들어가고, 갑돌이는 그 앞에 서서 담배 한 대 핀 뒤 어깨 축 처져 돌아갔지 뭐. 멍청러브. 이젠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연애법'이지만, 그 기막힌 그리움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는, 나도 그 시절 언저리를 통과했는지라 대략 짐작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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