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직전인 20일 오전, 연휴기간 이틀간의 휴장을 의식해서인지 코스닥의 흥행 보증수표인 정치테마주들은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대장주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친박 테마주, 친노 테마주 할 것 없이 대부분 약세였다.
이같은 흐름이 갑자기 바뀐 것은 오후 장 들어서다. 12시50분께까지 2%대 전후의 마이너스권에서 움직이던 안철수연구소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상승반전에 매수세가 매수세를 부르며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불과 20분새 상승폭을 10%대로 확대했다. 안철수연구소가 급등하자 함께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는 클루넷, 솔고바이오, 잘만테크도 동반 급등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미국에 출장가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귀국하면 대권후보로서 위상이 다시 부각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 정도가 나올 뿐이었다. 그래도 수급이 수급을 불렀다. 5만원대부터 고평가란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16만원대까지 돌파한 저력을 봐 왔던 투자자들에게 상승하는 안철수연구소는 달리는 말이었다.
고점에 잡아도 연휴기간 안 원장의 높아진 위상을 감안하면 연휴 직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안철수 테마주 전반으로 번졌다. 하지만 수많은 투자자들의 기대와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열흘간의 미국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안 원장은 현 정치권의 변화에 긍정적 변화를 보이며 "이렇게 간다면 저같은 사람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냐"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 대선 불출마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연휴 기간 이 소식을 뉴스로 접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25일 장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연휴직전 9.73% 급등하며 14만7000원으로 마감됐던 안철수연구소는 장을 시작한 후 곧바로 하한가인 12만5000원까지 밀렸다. 클루넷 등 다른 테마주들도 오전 내내 동반 하한가였다.
하한가에 손절매를 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한 투자자는 "안 원장이 대선에 안나온다면 테마주가 의미가 없어지게 되니 앞으로는 속절없이 하한가 행진을 할 것만 같아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씁쓸히 말했다.
안 원장은 지난해 9월 이후 정치권의 최고 '블루칩'이다. 그 덕에 안철수연구소는 정치테마주 중 대장주로 올라섰고, 시가총액도 1조 몇천억원씩 하는 코스닥의 블루칩이 됐다. 하지만 여느 정치테마주와 마찬가지로 정치인의 한마디와 인기에 상하한가를 오갈 정도로 기반이 취약하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은 쉽게 무너진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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