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경찰서, 가출한 20대 여성 구조해 사회복지법인 인계하려다 한때 거부당해..."무단 이탈 부랑인은 못 받아"..."동사·범죄 피해 대상 될 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일선 경찰이 설날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떨고 있는 가출 20대 여성을 구조했지만, 정작 인근 사회복지법인이 매정하게 입소를 거절해 곤란을 겪은 일이 발생했다.
24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3시50분쯤 인천 서부경찰서 A지구대 B경장은 "등산로 입구에서 얇은 옷을 입은 20대 초반 여자가 3시간째 추위에 떨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확인해 보니 인근 C 사회복지법인 내 부랑인 보호시설에 전날 입소했다가 뛰쳐 나온 D(28ㆍ여)씨였다. 당시 영하 10도의 10년 만의 추위가 덮친 날씨에서 얇은 옷을 걸치고 3시간 넘게 추위에 떤 나머지 D씨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코가 빨개지는 등 동상을 입기 직전이었다.
출동한 B경장은 D씨를 데리고 일단 지구대로 동행해 따뜻한 음료와 라면을 권해 몸을 녹이도록 했다. 하지만 D씨는 계속 지구대 밖으로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B경장은 영하의 날시 속에서 그대로 내보낼 경우 옷도 얇고 돈도 갈 곳도 없는 데다 자칫 범죄의 대상이 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시설 입소를 권했다. 우여 곡절 끝에 D씨를 붙잡아 두기는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D씨가 뛰쳐나온 C시설에서 D씨의 입소를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C 시설 측은 D씨가 전날 밤 입소했다가 동료 입소자들과 다투고 무단 이탈했다며 '자체 규칙'을 이유로 입소가 불가능하다고 B경장에게 통보했다.
이에 따라 B경장은 민간 단체들이 운영하는 여성 쉼터 등을 수소문했지만 설날인 관계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 규칙상 계속 지구대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D씨의 요구는 거절할 수가 없다. 그대로 내 보낼 경우 영하의 추위에 노숙을 하다 자칫 동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난감해진 경찰은 D씨가 젊은 여성으로 범죄 피해자가 될 위험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C시설 관리자를 설득했다. D씨에게도 시설규칙을 잘지키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제서야 C시설 관리자가 입소를 허락했고, B경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B경장은 "노숙인이나 알콜 중독자 등을 수용하는 시설이어서 싸우거나 무단이탈을 하는 입소자는 수용을 못 한다는 자체규칙 때문에 입소를 거부당해 당황했었다"며 "당일 날 10년 만의 설 추위가 덮친 상태에서 자칫 동사 등 큰 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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