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주부 김모씨(46세)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우나를 찾는다. 남편 출근하고 자식들도 모두 아침 일찍 학교를 가거나 방학에는 아르바이트로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김씨는 집안일을 대충 치우면 어김없이 사우나를 간다. 거기에는 김씨 말고도 매일 사우나를 오는 또래 이웃주민들이 많이 있다. 집안 스트레스와 자식들 고민 등 아줌마들과 얘기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우나에 중독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아줌마들의 사우나 예찬은 끝이 없다. 남편과 자식들이 나간 이후 특별히 직장이 없는 아줌마들에게는 사우나는 대화의 장이자 교류와 정보제공의 장소다.
또 빠듯한 살림에 한푼이라도 벌어보려 일용직을 다니는 아줌마들에게는 사우나에서의 시간을 피로회복을 위한 나만의 장소이기도 하다.
◆사우나 계도 있는 걸=일단 사우나를 매일 가는 아줌마들 중 대부분은 시간때우기다. 뚜렷한 직장이 없는 가정주부들이 혼자 빈집에 있느니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라도 떨기 위해서다.
주부 최모씨도 거의 매일 동네 사우나를 찾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한 가는 시간도 정해져 있다. 그 곳에서 매일 오는 동네 아줌마들과 3~4시간을 땀을 빼며 얘기꽃을 피운다.
가장 많은 얘기는 다이어트. 아줌마들의 최대고민인 살빼기는 목욕탕 내에서도 핫이슈다. 뱃살을 뺏다는 아줌마들의 비법부터 약까지 그녀들의 고민은 끝이 없다. 하지만 땀을 빼가며 몇 시간씩 앉아 있다 보면 출출해지게 마련. 다이어트가 고민인 그녀들의 입에는 식혜부터 계란, 집에서 싸온 술에 맥주 등이 이미 들어간 상태다.
그 다음으로는 자식 얘기다. 취업걱정부터 자식이 사줬다는 보석 자랑까지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아이템이다. 일찍 손주를 본 아줌마들은 애기봐달라는 자식부부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봐주지만 힘들다는 하소연까지 그녀들의 수다는 멈추지 않는다.
가정주부 양 모씨 "솔직히 사우나만큼 저렴하게 시간을 떼우는 곳도 없다. 땀도 빼고 친한 언니들과 얘기도 하고 일석이조. 사우나가 끝나면 같이 나가 밥도 먹고 집에 놀러도 간다. 요즘처럼 재테크가 힘들때는 사우나친구들끼리 계도 한다"고 말했다.
◆난 사우나 중독이야=또 다른 부류는 사우나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하루라도 뛰어서 땀을 빼지 않으면 몸이 찌부둥한 것처럼 사우나 역시 땀을 빼는 효과가 있어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몸이 답답한 증상을 느낀다는 것이다.
탤런트 조형기씨 역시 모 TV프로그램에 나와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우나를 가지 않으면 몸이 답답하다. 중독인 것 같다"며 특별한 사우나 사랑에 대한 고민을 말했다.
주부 임모씨 역시 매일 사우나에서 땀을 빼지 않으면 몸이 축 처지고 어깨도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는다. 자신이 사우나 중독인 것 같다는 임씨는 사우나에 한번 들어가도 최소 1시간씩은 앉아서 땀을 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개운하지가 않다는 것.
또 다른 이모씨도 사우나 중독증세를 호소한다. 그녀는 "특별히 때를 미는 것도 아니고 땀을 빼고 찬물에 들어가고 하는 것을 매일 하다 보니 안하면 이제 몸이 아플 정도"라고 토로했다.
◆고된 일을 마친 휴식터=여가생활을 위해 사우나를 오는 아줌마들과 달리 힘든 일을 마치고 피로를 풀기 위해 오는 아줌마들도 최근에는 부쩍 많아졌다.
고물가에 빠듯한 살림에 천정부지 올라간 대학등록금까지 대야할 돈은 끝없이 많지만 늦은 나이에 변변찮은 직장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
이삿짐센터나 식당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난 뒤에 사우나는 지치고 힘든 육체를 풀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는 주부 안모씨는 "집에서 쉬느니 한푼이라도 벌어 자식들 학원비라도 하려고 남편 몰래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일을 끝내고 잠깐이라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나친 사우나는 오히려 건강에 안좋아=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땀빼기는 피부와 머릿결을 손상시킨다고 조언했다.
높은 온도와 습도는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땀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시키지만 지속적으로 피부를 노출할 경우 고열이 피부 멜라닌 색소를 자극해 기미, 주근깨 등 색소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부풀어 있는 각질을 때수건으로 벗겨내면 피부 보호막까지 손상시켜 피부는 더욱 건조해진다. 샤워 후에는 보습제를 꼼꼼히 발라주고 얼굴에는 감자, 오이, 꿀 등 미용팩을 사용해 달아오른 피부와 넓어진 모공을 진정시키는 게 좋다.
모발을 구성하는 케라틴 단백질은 60도만 넘으면 변성된다. 변성현상은 마른 머리카락을 고열에 직접 노출했을 때 가장 심하므로 찜질을 할 때에는 모발을 적신 후 수건으로 감싸는 게 좋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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