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르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부터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진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20일 전날 국회 본청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관계자를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실, 이봉건(50)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실, 함은미(38) 국회의장 보좌관이 근무하는 국회의장실 부속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이들 3명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인 조씨, 이씨, 함씨는 모두 2008년 전대 당시 박희태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다. 조씨는 캠프 재정·조직 담당, 이씨는 캠프 공보·메시지 담당, 함씨는 캠프 경리·회계책임자로 일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관련 서류를 확보해 2008년 전대 당시 정황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검찰은 설 연휴 기간 압수물을 분석해 그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24일부터 조·이 두 비서관과 함씨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고려했으나 사실상 국회의장실을 향한 강제수사가 해외 순방 중인 박 의장과 관련 국격을 훼손할 것을 우려해 입국시기까지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확보 가능한 것은 전부 가져왔다”며 “입국시기까지 기다린 것이 박 의장 개인을 배려한 조치는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씨·이씨가 당협 간부들에 대한 돈 배포 지시와 함께 구의원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안병용(54) 은평갑 당협위원장과 고승덕 의원실에 돈 봉투를 전달한 의혹을 사고 있는 고명진(40) 전 박 의장 비서의 ‘윗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캠프 경리·회계 책임자로 일한 함씨가 전대 당시 캠프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들을 직접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박 의장에 대한 조사시기와 방법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에 불응할 경우 그 자체로 연루 의혹을 인정하게 되는 만큼 조사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소환일정 관련 따로 사전조율엔 나서지 않을 입장임을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고 의원실에 대한 돈봉투 전달 관련 입구와 출구 역할을 모두 한 인물로 박 의장 비서로 일한 고명진씨가 지목됨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라도 박 의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고 의원실로부터 현금 300만원과 박 의장 명함이 든 봉투를 되돌려 받은 고씨가 애초 고 의원실 직원 이모씨에게 봉투를 직접 전달한 인물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기록을 검토해 고씨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는 별도로 앞서 국회사무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고씨의 이메일 기록 등에 대한 분석 작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돈 봉투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 조사 전 증거인멸 및 조직적인 말맞추기에 나선 정황과 관련 이들이 주고 받은 서신 등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안 위원장에 대한 구속기한이 다음달 4일 만료함에 따라 사법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민주통합당 지도부 예비경선 투표가 진행됐던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화장실에서 수백만원대의 돈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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