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역대 최고의 강성 야당이 출현했다. 새 지도부를 꾸린 민주통합당 얘기다. 민주통합당은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를 시도하겠다고 공언한다. '부자 증세' '재벌 개혁'을 뼈대로 한 총선 공약을 다듬는 게 이용섭 신임 정책위 의장(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겸임)의 역할이다.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지도부의 정책위 의장으로 선임된 그를 하루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올리는 '한국판 버핏세'가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추가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협의 처리한 것 아닌가.
"그 때 통과된 안은 과세표준 3억원이 넘는 소득에 38%의 최고 세율을 부과하는 것인데 적용 대상은 0.16%, 예상 세수는 6500억원에 그친다. 정부가 계산한 7700억원은 양도소득세까지 포함한 것이니 그만큼 걷히지 않을 것이다. 이걸 1억5000만원 이상 소득에 40%로 확대하면, 대상자는 납세자의 0.75%, 세수는 1조6000억원 정도가 된다. 이 정도는 돼야 1% 부자에 대한 증세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세율은 두 번째 문제다. 단 조세도 경쟁력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 높은 세율은 맞지 않다"
-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프랑스에선 세율을 올리자 스위스나 벨기에로 이민을 가는 부유층이 늘었다고도 한다. 소득이 노출되는 고소득 월급쟁이들은 자영업자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 여길 수도 있을텐데.
"급격하게 늘리자는 게 아니다. 또 사회 인식과 인프라를 바꾸는 작업을 함께 하면 된다. 선진국에선 납세 의무를 애국심과 같은 말로 이해한다. 요샌 변호사도 수임 건수가 법원에서 집계되고, 의사도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벌이를 짐작할 수 있다. 예전보다 많이 투명해졌다."
-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혜택도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고용창출세액공제 같은 건 비합리적이다. 왜 해고하지 않고 유지하는 때에도 혜택을 주나. 법인세가 20%대라지만,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실제 내는 세금의 세율은 12~13%밖에 안된다. 우리는 명목세율이 높지만 실제로 내는 세금은 적다.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비과세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들이 본다. 이명박 정부들어 국세감면율이 점점 올라간다. 2010년 14.6% 수준인 국세감면률을 2%만 줄여도 세수가 3~4조원 늘어난다. 이걸로 중소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에 투자하면 된다."
- "조세도 경쟁력"이라던 종전 설명과 안 맞는 것 아닌가. 기업들이 낮은 세율을 찾아 해외로 나가버리거나 세금 때문에 투자를 못할 수도 있는데.
"지금 기업들은 돈이 없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낙수효과(세금을 깎아주면 부자나 대기업이 더 많이 소비하고 생산해 일자리가 늘고, 경제 전반에 온기가 돈다는 것)'가 없다는 건 이미 입증된 것 아닌가. 그보단 세금을 걷어 서민을 지원하고, 이들이 소비를 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 재벌 규제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시장 경제는 인류가 개발한 가장 훌륭한 제도지만, 성숙할 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게 문제다. 그대로 놔두면 안된다. 이걸 제도로 견제하는 게 경제 민주주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나 금산분리 강화안을 내놓은 건 이런 맥락에서다. 참여정부 시절에 비해 지금은 지주회사 세우기가 한결 쉬워졌다. 대기업 계열사도 엄청나게 늘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시장경제는 인류가 개발한 가장 훌륭한 제도"라던 입장과 부딪치는 것 같다.
"잘 된 협상이라면, FTA에 반대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건 FTA로 얻은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전자 등 일부 산업이 혜택을 본다 해도 농업과 축산업이 무너져 생기는 손해가 더 크다면 밑지는 장사를 할 필요가 있나."
- 농업과 축산업은 종전에도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았나.
"FTA로 인해 경쟁력이 확 떨어지는 게 문제다."
- 주식과 파생상품에 금융거래세를 물린다는 구상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안과 차별점이 있나.
"파생상품에 세금을 물리는 건 이미 상임위에서 처리돼 법사위 통과만 앞두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도 개미 투자자를 제외하면 이미 물고 있다. 다만 이걸 주식 거래 전반으로 확대할지가 관건인데 과세 형평과 세수 기여도, 증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 부동산 보유세 강화 계획을 밝혔다. 위헌 판결을 받은 종부세를 되살리겠다는 취지인가. 부동산 거래세를 줄이자고 했지만, 이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까지 나온 마당에 추가할 게 있을까.
"참여정부 수준으로 종부세를 물리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정된 재화를 독차지 하고 있는 땅부자들에게 보유세를 무겁게 물려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다.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중간 지점 쯤에서 종부세를 물리는 건 합리적이라고 본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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