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세대 왜 희망이라 말하는가
정치·경제의 혼란기 속에서 개혁의지와 투쟁의식으로 고단한 몸을 지탱했던 ‘386세대’, 그들이 깔아놓은 주단 위에 자유의지와 합리주의, 그리고 글로벌 마인드를 아로새기는 현재의 ‘2030세대(Y세대, G세대 등으로 분류)’. ‘397세대’가 의미 있는 이유는 이들 양 세대를 잇는 다리이자, 균형을 맞추는 중추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층의 교집합으로서 희망의 세대로 떠오르고 있는 397세대. 각 분야별로 해당 세대의 대표 인물을 살펴보는 과정은 ‘왜 그들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자연스럽게 답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
정치판이 젊어지고 있다. 새로운 체제 요구에 부응하는 인물의 등장은 ‘안철수’ 열풍이 예고했던 바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나 최근 정가의 화제가 되고 있는 한나라당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의 사례도 기존 정치구조의 개편 의지가 반영된 대표적 케이스다.
이러한 상황의 중심에 바로 ‘397세대’가 자리잡고 있다. 그 출발선은 현실정치에 대한 개입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자리 창출문제 등 산적한 정치 현안에 대한 불만은 정치적 변화를 외치기 보다는 스스로 변화의 중심이 되는 쪽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비단 유권자로서의 참여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최근 민주당이 20~30대 비례대표를 모 유명 오디션의 선발방식으로 채택한다고 발표한 것처럼 각 정당들이 30대 전문가 후보를 대대적으로 출마시키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20~30대가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트렌드를 감안,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만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밑작업을 맡은 주인공이 바로 397세대다.
[경제]
경제는 ‘397세대’가 가장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영역이다. 활약이 두드러진 인물 또한 많다. 먼저 올해 초 30대 과장에서 KT 계열사 싸이더스FNH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이한대(34)씨가 눈에 띈다. 이 사장은 KT그룹의 미디어사업 중장기 전략 수립 등을 통해 그 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파격인사의 주인공이 됐다.한류라는 트렌드와 한국영화의 감동을 잘 결합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는 소신에서 당찬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30대 중후반의 펀드매니저와 팀장을 임원으로 발탁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행보도 신선하다. 그 주인공은 김성우 주식운용 2본부장과 박진호 3본부장. 이들은 모두 30대 중반인 1975년생으로 2007년에는 최연소 본부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출범 1년 만에 역동적인 성장을 이뤄낸 아우디코리아의 이연경 마케팅 총괄 이사 역시 75년생의 397세대. 창의적인 문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이미 마케팅계의 전설로 통하는 그녀는 397세대를 대표하는 파워세대주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경제부문에서 ‘397세대’를 눈여겨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 397세대에 속하는 경영인 3세들이 올해부터 대거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임원 승진으로 현장에서 닦은 경영감각을 뽐낼 예정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33), 대권의 길목에 놓인 한진그룹 장남의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37)이 그 주인공이다. 뿐만 아니다. 박세창(37)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활약도 기대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아들인 박 씨는 지난해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타이어 부문에서 영역을 넓혔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아들 박준경(34) 해외영업1팀장 또한 상무보로 승진해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해외영업 파트를 전담하게 됐다. 한편, 2010년 제일모직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래 과감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39)도 397세대를 대표하는 경영인 3세다.
[문화]
숱한 유행어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주인공 차승원은 연예계를 대표하는 397세대의 맏형이다. 10대 후반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30대를 지내는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으며, 397세대의 끝자락(70년생)에 이르러서야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명품배우로 탄생했다.
영화계는 397세대가 특히 강세를 드러내는 분야다. 20대부터 많은 작품을 경험하며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지닌 배우들이 30대부터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것이 이미 정설이기 때문이다. ‘달인’이라는 코너 하나로 한국 코미디계를 평정한 김병만씨도 대한민국 연예계를 움직이는 397세대의 대표인물이다. 2002년 KBS 공채 17기 개그맨으로 코미디계에 입문한 김 씨는 식상해지기 쉬운 ‘슬랩스틱’ 코미디 장르를 장수코너로 만들며, 3년 연속 연말 연예대상의 대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평균 연령 30대의 ‘아줌마’ 핸드볼팀이 무한 감동을 선사했던 스포츠계 역시 ‘397’이 대세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팬들에게 4월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승엽 선수는 바로 스포츠 분야 ‘397세대’의 중핵이다. 1976년생으로 일본에서의 활약을 뒤로하고 올해부터 국내 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게 된 이 씨는 특유의 스타성과 인성, 그리고 성적에 대한 기대로 벌써부터 많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요즘 397세대가 대세인 이유
▶ 정치
386 이념 과잉의 비판적 시각이 강함. SNS, 나꼼수, 청춘콘서트 등 다양한 채널로부터 쏟아지는 정치적 변화에 대한 융통성이 부족함.
2030 정치적 저변이 약함. 2030층 비례대표 선발에 ‘비판 회피용이다’, ‘환심사기용이다’라는 지적이 있음. 공천과정의 독립성이나 투명성도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음.
▶ 경제
386 경제 감각 결여에 대한 평가가 있음. 이념 논쟁으로 인해 당면과제에 대한 감각이 부족함. 서구 의존적 사고방식이 강하고, 미국에 대한 과대평가가 심해 개방에 대해 회의적임. 패거리문화로 인한 카르텔 의존적 성향을 띰.
2030 경제적 기반 형성이 당면과제로, 경제적 안정성 불안, 고도 자본주의에 대한 적응력 부족 등이 지적됨. 경제적 모험주의 성향이 강함.
▶ 정치
386 역할의 한계가 지어지기 시작하면서 주류에서 벗어남. 신체적, 물리적 능력의 퇴화.
2030 캐릭터 설정 및 대중 인지도 획득의 시간이 필요함. 대중의 욕구가 30대 배우들에게 대거 포진함.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에 대한 부담으로 지속가능한 인지도 및 운동 능력 유지가 어려움.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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