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무역수지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폭을 줄였다. 지난해 흑자 규모 1551억달러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중국이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중국 수출업계는 임금인상, 위안화절상, 유럽 부채위기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올해 수출시장이 지난해 보다 더 추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상황이 심각하다며 중국 수출 시장을 점점 억죄고 있다.
◆지난해 무역흑자 2005년 이후 최저=중국 해관총서는 10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무역수지가 162억5200만달러(약 18조82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 예상치인 88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전달 흑자 규모 145억3000만달러보다 증가한 것이다.
중국의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폭이 예상을 깨고 확대된 것은 내수시장 부진으로 수입 증가율이 크게 낮아진 영향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무역수지 흑자폭이 증가한 것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수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상 앞으로 흑자폭은 점점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연간 무역수지 흑자폭은 3년 연속 감소세다. 2011년 흑자 규모는 1551억4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14.5%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급습하기 전인 2007년 7.5% 수준까지 올랐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지난해 2.2%로 낮아졌다. 2010년 3.1% 보다 내려갔다.
런 시엔팡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무역 성장이 주춤해 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무역수지 흑자폭은 향후 몇 년간 계속 줄어들 것"이라면서 "다만 중국이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中 수출업계 올해 더 '배고파'=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점점 줄어들어 중국 수출업계는 올해 더 배고픈 한 해를 보내게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올해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세를 유지할 경우, 혹은 중국이 다른 신흥국들을 제치고 수출 시장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수출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유럽 부채위기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는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중국산 제품의 글로벌 수요는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4%에서 추가 하향 할 가능성이 크다고 암시했다.
이미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 국가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의 중국산 제품 점유율은 10%를 넘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중국은 임금인상, 위안화절상 등으로 수출 경쟁력을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빼앗기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제 12차 5개년 개발규획(2011~2015년)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연평균 13% 올리겠다는 목표다. 원가비 상승 부담은 고스란히 수출업체들 몫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절상폭은 올해 2~3%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절상폭 5.1% 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계속되는 위안화 절상은 '값 싼 중국산 제품'이라는 경쟁력을 잃게 만든다.
◆美,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에 촉각..TF팀 구성=중국의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확대는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다. 지난해 중국의 대(對)미 무역 흑자 규모는 2020억달러를 기록, 2010년 1810억달러 보다 확대됐다.
WSJ은 11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 무역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할 테스크포스(TF)팀 구성을 고심중이라고 전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심화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달 말 새해 국정연설 전후로 TF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10~11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장관은 10일 베이징에 도착해 왕치산 중국 부총리를 만나기 직전 "중국과 미국은 꽤 많은 중요 이익들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경제제재 동참 촉구 뿐 아니라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해소 등 경제 전반에 걸친 폭넓은 논의를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앞서 여러 차례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환율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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