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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떠난 뒤 손 흔든 버핏세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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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28호. 66㎡ 남짓한 공간에 조세 전문가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현행 조세 체계의 문제점과 향후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이날 토론회 분위기는 엄숙하고 진지했다. 정동영 통합민주당·홍희덕 진보통합당·김성식(무소속) 의원과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한 '한국형 버핏세 어떻게 도입할까'라는 주재로 열린 공청회다.


이날 토론회는 그동안 버핏세 논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이 없었다는 점에서 대학생과 스님, 여야 관계자 등 일반 방청객이 대거 몰렸다. 또 국회방송과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되는 등 버핏세 도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연말 '소득세 과세표준 최고구간 신설'을 골자로 한 이른바 버핏세 도입법(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뒷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 연말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에서 합의한 내용이 아닌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기습 상정해 처리됐다. 때문에 실제 여론과는 동떨어진 총선을 앞둔 '생생내기용' 급조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 비구니는 "정동영 의원은 대선에 출마하려고 이런 토론회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했다.


더욱이 버핏세 도입 문제가 18대 국회에서 재논의 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우선 여야간 부자증세에 대한 이견이 크다. 실제 토론회에서도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부자증세 필요성을 역설했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성식 의원은 조세체계의 계급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또 정부가 이미 통과된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시행령 준비로 분주한 만큼 새로운 개편안을 만들 여력도 없다. 때문에 이날 토론회는 총선표를 의식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현행 조세 체계를 대폭 뜯어고친 조세 개편안을 오는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국회 기회재정위 소속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 연말 소득세법 개정 수정안이 통과된 만큼 18대 국회에서 더 이상 버핏세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각 당에서 조세특위를 만들어 조세 전반을 뜯어 고친 개편안을 내놓고 총선에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도 "버핏세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 논의되는 것은 없다"면서 "현행 조세 체계가 누더기가 된 만큼 합리적인 방향으로 총선 공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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