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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칼럼]북한 장마당의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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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칼럼]북한 장마당의 초코파이 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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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재찬 논설위원]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2월19일. 주변 국가들이 긴장해 있는 동안에도 개성공단은 평상시와 별로 다르지 않게 돌아갔다. 이튿날 아침 7시부터 북한 근로자를 실은 통근버스들이 북측 개성공단검사소를 통과했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서는 임가공용 원ㆍ부자재와 부식을 실은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부식 차량에 빠지지 않고 실리는 것이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매일 오후 북한 근로자에게 주는 대표적 곁두리다. 북한 근로자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직접 급여를 받지 못한다. 북한 당국이 일괄해 받은 뒤 일부만 준다. 시간외근로수당도 마찬가지니 연장근무를 반길 리 없다. 인센티브를 고민하던 기업들이 떠올린 게 초코파이다. 값이 싸고 칼로리가 높아 식사대용으로 근로의욕을 높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두 개씩 간식으로 주었다. 사람들이 단맛에 열광하며 거래가 이뤄졌다. 초코파이 암시장이 생겼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남한에서 300원짜리가 북한 장마당에서는 10달러다. 우리 돈 1만원이 넘는다. 북한 근로자 월급의 6분의 1 수준이다.

근로자에게 돈을 주고 가져가는 무리가 등장하면서 초코파이는 현금화 수단이 되었다. 생산 성과에 따라 하루 7~10개씩 주는 기업이 나타나며 성과급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적게 주는 기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생산성이 떨어졌다. 입주업체들이 공단 관리위원회에 초코파이 지급 기준을 만들라고 요청했다. 급기야 북한 당국이 지난해 11월 초코파이 대신 현금이나 라면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단맛'이 사라지진 않았다. 하루 평균 20만개에서 줄긴 했어도 여전히 15만개 이상 지급되고 있다. 남한에서 생산되는 초코파이 10개 중 하나는 개성공단으로 들어간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띄우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노동신문 등 신년공동사설에서 그토록 강조해 온 '강성대국' 표현이 지난해의 4분의 1로 급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약속한 '이팝에 고깃국'으로 상징되는 강성대국 건설이 현 경제상황으로는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작용한 모양이다. 북한은 1965년 이후 경제통계를 발표하지 않아 다른 나라도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통계로 북한을 분석한다. 2008년 3.1% 성장했던 북한 경제는 2009년부터 이태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화폐개혁 실패도 영향을 미쳤다.

군을 우선하는 '선군정치'를 내세웠던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종착점은 군부대가 아닌 평양 시내 대형 마트였다. 각종 상품이 진열된 판매대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마지막 공식 사진이었다. 시장경제의 산물인 대형 마트의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은 아버지 뒤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1990년대 초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러시아도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 중국도 개혁개방 정책으로 세계 경제에 편입됐다. 사회주의권 연대의 틀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북한이 지금 같은 폐쇄 체제를 고집하다간 국제 외톨이 신세로 강성대국 건설은커녕 현안인 식량난 해결도 힘들 것이다. 개성공단과 같은 모델 확산은 남북한 모두에 필요하다.


아버지 김정일은 20년 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스물여덟 젊은 아들은 후계자가 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지, 중국의 덩샤오핑이나 리비아의 카다피가 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12년, 한반도에서 격랑의 파고를 낮추려면 남한과 정치 지도자들은 김정은이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2013년에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양재찬 논설위원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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