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투쟁의 내면을 파헤치다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지난 2월 이집트 민중이 혁명을 일으켜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냈을 때, 서방의 대다수 언론은 "질서 있는 전환이 이뤄질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혁명이 진정 되기는커녕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군부와 충돌이 일어나자 언론은 일제히 "중동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이 책은 이런 언론의 무관심과 왜곡에 가려진 이집트 혁명의 내면을 파헤친다. 이집트의 유혈 사태는 무바라크 체제를 이어 가려했던 군부에 의해 발생했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1월 혁명 당시 이집트 노동자와 민중은 군부를 혁명의 동지로 여겼지만, 무바라크 퇴진이라는 혁명의 1막이 끝나고 구체제 파괴, 노동자 파업 등의 2막이 시작되면서 군부는 이들을 체포하고 탄압했다. 그 과정에서 이집트 민중은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군부 역시 타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집트 사회주의자와 이집트 및 중동 문제 전문 영국 사회주의자 등 12명의 저자는 외부에서 파악하기 힘든 이집트 민중 내부의 움직임과 혁명 과정을 이집트 혁명가라는 내부의 시점에서 조명한다. 이집트 혁명은 단순한 정권 교체나 독재자 제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제 청산이라는 경제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집트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그들은 강조한다.
저자들은 또 혁명의 지도자들이 대부분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가했던 활동가들이라는 점, 혁명에 뛰어든 청년들은 무슬림과 기독교의 단결을 주장하며 종교적 요소가 혁명에 끼어드는 것을 의식적으로 거부했다는 점을 들어 이슬람주의자들이 이집트 혁명을 주도한 거리 활동가와 노동 투사들을 대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리비아, 예멘, 시리아 등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난 혁명, 미국 정부의 개입 등 중동 혁명과 관련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더 이상 언론이 보여주지 않는 중동 혁명의 이면을 보고 싶다면 '혁명이 계속되다' 속에서 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혁명이 계속되다/ 알렉스 캘리니코스ㆍ사메 나기브 외 지음/ 김하영 엮음/ 책갈피/ 1만2000원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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