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불철주야 글로벌 리딩 컴퍼니를 이끌고 계시는 쟁쟁한 회장님들. 날씨도 추운데 고초가 크시죠?
회장님들이 고생하시는 덕분에 휘하의 수많은 직원들은 송곳처럼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씨에도 회사의 자랑스러운 일원으로, 집에선 든든한 가장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겠죠.
소위 잘나간다는 기업들이라면 평소에 아주 공들여서 키워놓은 '특별한' 조직이 하나씩 있으실 겁니다. 화려한 미래 경영 비전을 세우거나, 영업으로 매출을 터뜨리는 곳은 아니지만 언제나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홍보조직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회장님들께서 어렵고 힘들던 시절에 함께 했던 이 '전우'들을 섭섭하게 하는 일들이 자주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 수 년간 회장님들 곁에서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홍보맨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일들이 많아졌네요.
한 맥주회사는 술 값을 인상하려다 질타를 받자 엉뚱하게 홍보담당 전무에게 사표를 받았더군요. 논란꺼리를 만든 건 경영 실책인데 왜 책임은 홍보맨이 졌을까요?
국내 굴지의 C그룹은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다 집안싸움 논란이 일자 20년간 홍보를 책임지던 임원이 계열사로 '귀양'을 보내버렸습니다.
또 우리가 잘 아는 주류업체에서 십수년간이나 홍보를 했던 분도 외부영입 인사에게 밀려 하루아침에 자리를 옮긴다고 합니다.
홍보는 참 어려운 업무죠. 동기들이 영업이나 마케팅에서 숫자로 증명할 수 있는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 할 때 홍보맨들은 해명자료 만들고, 보도자료를 쓰고, 회장님들 신년사에 프로필 사진까지 챙기면서 계량화 할 수 없는 업무에 매달렸던 사람들입니다.
회사가 커지다보면 오해를 사는 일도,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실수를 하는 때도 있을 겁니다. 심지어 회장님들 개인사나 가족들이 친 사고 때문에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때도 있었답니다.
그때 마다 가장 앞에서 돌팔매를 몸으로 막아 냈던 사람들이 누군지 기억하지죠? 바로 홍보맨들이랍니다.
조직 관리에 엄격한 상벌은 존재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그 상벌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면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도 흔들립니다.
오랜 기간 회장님 곁을 지키면서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발로 뛰던 사람들이 왜 엉뚱한 불똥을 맞아 회사를 떠나야 할까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사권을 틀어쥔 회장님들의 결정에 감히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으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다만 홍보맨들이 조직을 위해 평생을 충성 바치고도 비합리적인 이유로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십 수 년간은 과연 어떤 홍보맨들이 회장님들 곁을 지키려고 할까요? 자못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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