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메말라버린 줄 알았죠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내 모습을 너무 닮은 그대의 하루가 눈이 시리도록 그리워요 내가 살아갈 동안 필요한 아픔을 그댈 보내며 다 받는대도 심한 몸살을 앓듯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런 날 이해하시겠죠 그대의 미소가 내 안에서 부서져 내 몸 감싸주던 날 죽을 만큼 자신있는 사랑 주었죠 어떻게 그걸 잊으라니요
이안 노래 '정인(情人)'
■ 사랑과 정(情)을 차이지으려는 많은 구분은, 대개 사랑보다 정을 낮추 보는 관점에서 온다. 어쩐지 사랑은 티없이 고결한데 정에는 끈끈한 인간의 땀냄새와 정액냄새가 난다.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하는 것이라면, 정은 나훈아 쯤이 가슴에 품는 무엇이라야 할 것만 같다. 사랑은 천상에서 내려온 감정이고 정은 살다보니 살이 부딪치며 생긴 감정인 것 같다. 정인은 세상이 고분고분 허락하지 않는 금지된 사랑이거나, 세상이 비웃는 그 자리에 돌맞을 각오로 서있는 사랑이다. 공인된 문법과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세상을 상대로 싸우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손쉬운 건 숨는 일이다. 정인은 저 캄캄한 내면 속에다, 가만히 숨겨놓은 무의식의 사랑이다. 그냥 껴안고 아무도 몰래 죽고싶은 그런 사랑이다. 새큼한 귤같이 영혼을 진저리치게 하는, 바로 그 사랑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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