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연말랠리' 기대를 차츰 접게 하는 '증시 복병'은 누굴까. 삼성증권은 16일 "코스피가 1900선을 단기 고점으로 재차 하락전환한 데는 ▲유럽위기의 표류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 ▲실적 모멘텀 악화 '삼형제'의 탓이 컸다"는 진단을 내놨다.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주가 하락으로 표출됐다"며 "지난 10월26일 EU 정상회담 이후 코스피는 10월28일에 고점을 형성했고 이번에는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단기 고점을 통과했는데, 공통점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것은 EU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 부족과 이해관계 상충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번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재원확충과 유로안정화기구(ESM) 규모 및 시기에 혼선이 초래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3조원 이상을 순매도하고 있다. 그는 "연말로 갈수록 포지션 축소 욕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유럽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와 일련의 불확실성 증폭이 주식비중 축소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11월말 현재 외국인은 9조7000억원을 순매도 했는데, 영국·프랑스·독일과 일부 조세회피국 등 유럽계 자금이 이탈을 주도했다.
올해 4분기 실적과 내년 실적에 대한 전망치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연말증시의 복병으로 지목됐다. 추정치 기준 4분기 순이익은 최고 추정치 대비 36% 정도 감소했다. 내년 순이익도 17% 하향 조정됐다.
오 팀장은 "올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제로 성장에, 내년 순이익은 5~10%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일단락되기 전까지 주가 상승은 기술적 반등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하향 조정의 클라이맥스는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1월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월 이후 코스피 저점과 고점은 글로벌 정책대응과 선진국 정치환경의 상반된 영향에서 결정됐다. 오 팀장은 "하락으로 방향을 잡은 이상,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정책 대응"이라며 "지금까지의 유럽위기 전개 흐름을 볼 때 상황이 몰릴수록 정책대응이 더욱 강하게 추진됐으므로 역발상 시각에서 본다면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뉴스가 단기 저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는 최저 1700선에서 마지노선을 형성할 수 있지만, 1800선 이하에서 매도에 가담하는 전략은 중기 투자성과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위기의 근본 해법은 재정통합과 유로본드 발행이지만, 내년만 놓고 본다면 유럽중앙은행(ECB)과 IMF 공조를 통한 방어벽 확보와 유럽은행의 자본확충이 핵심이라는 것.
종목 대응에 있어서는 변동성 확대 국면임을 고려할 때 현대해상·KT&G·NHN 등 방어적 성격을 갖고 있는 종목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 확대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중국 소비성장과 중동 투자확대의 수혜가 기대되는 CJ제일제당과 삼성물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현 주가가 이미 과매도 국면에 위치해 있어 선별 대응이 필요한 경기민감주는 LG화학·LG디스플레이·하나금융지주 등"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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