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삼성이 여성 임원을 대거 발탁하며 여성인재 육성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첫 여성 부사장도 등장하는 등 여성 인력이 중용되며 삼성 그룹 내 여성 사장 탄생에도 바짝 다가갔다는 평가다.
13일 삼성은 부사장 1명, 상무 8명 등 총 9명의 여성 임원을 승진 조치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 임원인사에서 삼성그룹 내 여성임원 승진은 총 7명으로 이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작년 인사에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해 계산하면 지난해 대비 승진 규모가 33% 늘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삼성전자 첫 여성 부사장인 심수옥 부사장이다. P&G에서 영입한 마케팅 전문가로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 및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해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최고마케팅경영자(CMO)로서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부 인재가 아닌 대졸 공채 출신 상무도 3명이나 배출되면서 공채출신 여성 임원 시대도 열렸다. 지난 1990년에 입사한 김기선 삼성전자 상무와 1993년 입사한 김정미 제일모직 상무, 1994년에 입사한 오혜원 제일기획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김기선 상무는 갤럭시 노트의 콘셉트 제안 및 상품화로 신시장을 창출하고 갤럭시 시리즈의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손익창출에 기여한 점이 고려됐다. 김정미 상무는 차별화된 상품제안으로 'KUHO' 브랜드 가치제고 및 신규 브랜드 '데레쿠니' 성공적 런칭의 공적이 인정됐다. 오혜원 상무는 삼성전자 스마트TV 시리즈 광고의 주인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2명이던 여성임원 승진자를 올해는 부사장 한명 포함 4명으로 두 배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여성인력을 육성하며 기술과 감성의 결합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이 조직 내 접목될 수 있도록 승진규모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나타난 삼성의 여성인력 중용은 이 회장의 경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꾸준히 여성인력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도 이 회장은 "여성도 최고경영자(CEO)가 돼야한다"며 "사장까지 승진해 역량을 마음껏 펼치라"고 거듭 당부했다.
공채 첫 배출 등으로 탄력을 받은 삼성의 여성 임원은 향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번 승진자를 제외하고 현재 삼성그룹에는 203명의 여성 부장이 있다. 지난 인사에서 80여명의 여성 직원이 부장으로 승진한 전례에 비춰봤을 때 내년 인사에는 이를 뛰어넘는 규모의 여성 부장이 탄생하며 300여명의 여성 임원 승진 대상자를 형성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번 승진에서는 아깝게 탈락했지만 이영희 삼성전자 전무와 김유미 삼성SDI 전무 등 기존 임원에서도 유력한 승진 대상자가 많이 남아있다.
삼성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회사경영에 기여한 여성인력을 과감히 승진 조치했다"며 "조직 내 다양성을 확대함은 물론 여성 활용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