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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 너도 가수냐..有名, 너만 가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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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 막아버린 '나가수' 논란 들여다보니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박은희 기자]'도대체 왜 저런 무명 가수가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보기 싫네요.'


가수 경연 프로그램인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꼬박꼬박 챙겨본다는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최근 '나가수'에 출연하고 있는 '무명' 가수 적우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왜 이름도 없는 가수가 '나가수'에 나오게 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부터, 무명 가수는 '나가수'에 나올 자격이 없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마녀사냥'식 논란을 두고, 일각에선 '무명이란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건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막는 대중의 횡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은 '나가수'가 방송된 지난 11일 이후 불거졌다. 이날 방송에서 적우는 록그룹 산울림이 작곡한 김완선의 '나 홀로 뜰 앞에서'를 불렀다. 경연 직후 '가수의 단점을 보완하지 못한 편곡'이었다는 자문위원단의 혹평이 나왔고 그 뒤 인터넷에 '음정이 불안했다' '검증도 되지 않은 무명가수가 왜 이런 프로그램에 나왔느냐'는 비난성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적우가 외압으로 부당하게 프로그램에 합류했다는 의혹까지 흘러나왔다. 논란은 아직까지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적우의 '외압설'에 타당한 근거가 없다는 것과 그가 무명이고 이번 경연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만으로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가수'를 연출하는 신정수 PD는 13일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대중적인 가수들의 노래를 선보이는 것에만 있는 게 아니라 노래 실력에 비해 아직 잘 안 알려진 가수를 소개하는 데에도 있다"는 말로 제작진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꾸준히 제기되는 '외압설'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나가수'의 '무명' 논란을 지켜본 학자들은 "이번 현상은 우리 사회의 그릇된 대중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동우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나가수'에 출연한 적우가 무명 가수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 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폄하하고 비판을 하는 건 분명 잘못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유홍식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유 교수는 "적우를 무명 가수라고 비판하는 건 우리 사회가 새로운 가능성이나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사장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나가수'뿐만 아니라 다른 경연 프로그램들도 모두 기성 가수들의 경연장으로만 남아선 안되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자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성과 기회를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안 주려는 현상에 대해선 '원래 대중심리가 그렇다'는 해석도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가수'의 무명 논란은 명품 브랜드 가방을 사면 비싸도 잘 샀다고 생각하지만 비싼데 이름은 안 알려진 브랜드 가방을 사고선 과연 내가 잘 샀는지 의구심을 갖는 '대중심리'와 같은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나 결정에 대해 스스로 뚜렷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걸 따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기고 일반 거래에서도 '대기업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가수'의 무명 논란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없앤다는 의견과 정반대인 목소리도 있다. '나가수'의 시청자인 김모(30)씨는 "'나가수'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검증을 받은 기성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것"이라며 "무명 가수의 출연이 결정되면서 '나가수'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나가수'의 또 다른 시청자인 정모(30)씨는 "적우를 비판하는 건 무명이라는 데만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최근 경연에서 분명 논란이 될 만한 노래 실력을 보였기 때문에 지금 같은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정은 기자 jeun@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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