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판매.관리비 대폭 상감했지만 R&D는 대폭 늘려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난 1년간 판매ㆍ관리비를 크게 삭감하는 등 독한 짠돌이 경영을 하면서 연구개발비(R&D)만은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비는 매출액대비 5%를 넘어섰다.
9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 3ㆍ4분기 연구개발비는 연결기준으로 42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3% 증가했다. 또 3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는 총 1조2876억원을 쏟아 부으며 전년의 1조1090억원 대비 무려 16.1%나 늘렸다. 이 같은 R&D투자액은 지난 2009년 연간 총투자액인 1조2698억원을 돌파한 수준이다.
올해가 구 부회장이 LG전자 CEO로서 사업계획을 직접 수립ㆍ집행한 첫 해라는 점에서 필름패턴편광(FPR)방식 시네마3D스마트TV와 LET폰 개발을 위해 연구비를 공격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로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판매비와 관리비는 대폭 삭감했다. 판매비는 상품이나 용역의 판매와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으로 매출 증감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만 급여와 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되는 관리비는 이와 상관없는 고정비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외 광고선전 및 홍보비를 혹독하게 줄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판매비는 지난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7.1% 감소한 1조809억원을, 그리고 3분기 누적으로는 2.7% 감소한 5조6677억원을 썼다. 또 관리비는 3분기에 3139억원 지출에 그쳐 전년동기보다 무려 14%가 삭감했다. 누적으로도 9600억원 지출에 그치며 8.3% 줄였다. LG전자 3분기 매출이 4%, 누적기준으로는 1.5% 감소한 것과 비교해 판매관리비 삭감폭이 최대 3배에 달한 셈이다.
매출원가가 감소하고 주요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도 구 부회장의 취임 1년 동안 변화한 주요 항목이다.
매출원가는 지난 3분기에 9조85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7% 감소했다. 반면 LCDTV 평균판매단가는 작년말 302달러에서 362달러로, 휴대폰은 91달러에서 105달러로, 냉장고는 406달러에서 411달라로 각각 사승했다. 짠돌이 경영과 과감한 기술혁신이 조합된 결과라는 다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전자업계에서는 LG전자가 진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내년도에도 판매관리비를 대폭 삭감하는 경영패턴을 유지하며 올해와 같이 효력을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LG전자는 TV와 스마트폰, 심지어 정수기까지 경쟁업체에 대한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광고 및 홍보로 저비용ㆍ고효율 정책을 폈지만 이를 지속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의 피로도와 반감이 강해질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좀 더 세밀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쌓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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