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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7번 아이언부터 섭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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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7번 아이언부터 섭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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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에 백 네 개를 싣는 순간 "오늘 죽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몇 개의 클럽은 포장도 벗겨지지 않은 채 7번 아이언만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을 뿐이었죠. 저 같은 경력캐디들은 골프채를 보고 그날의 라운드 상황을 예상하는데 그날따라 네 분이 모두 초보골퍼이니 '고생 좀 하겠군'이라는 생각으로 고객들을 맞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네 분의 고객 모두 "언니, 오늘은 고생 좀 하겠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오늘 제 잔소리 들으시느라 오히려 고생하실 거예요"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제 농담에 긴장한 마음이 조금 풀리셨는지 첫 출발부터 좋았습니다. 티 샷한 공도 페어웨이로 잘 나갔고,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그린에도 잘 올라갔습니다.


고객들 역시 허둥지둥 정신없이 공을 치고는 있었지만 연습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짜릿한 재미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던 저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이것저것 알려드리며 오랜만에 뵙는, 이른바 '머리 올리는' 분들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문득 고객께서 유일하게 공을 띄우는 클럽이 7번 아이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네 분은 연습장에서 오늘만을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리셨다 하더라고요. 어쩐지 세컨드 지점으로 이동하면 딱 3종 세트를 들고 내리십니다.


바로 7번 아이언과 어프로치클럽, 퍼터입니다. 하지만 첫 라운드에 네 분이서 버디를 2개나 잡습니다. "이제 골프 접어야지"라고 말하지만 입은 벌써 귀에 걸려있을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 속에 첫 버디 기념 촬영도 합니다.


한 번은 클럽 포장을 제가 직접 벗겨드린 적도 있습니다. 연습장에도 나가 본 적 없고 그립조차 잡을 줄 모르시는 고객님과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죠. 9홀 만에 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백을 내리셨죠. 이렇듯 첫 시작이 중요한 골프입니다. 쉬워 보이지만 어렵고, 알면 알수록 더더욱 어려운 골프. 골프를 재미있는 운동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7번 아이언과 친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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