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사위 김재열 사장 부임···글로벌 전략 담당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최근 들어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에 오너 일가가 처음으로 최고경영진에 합류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그룹은 7일 김재열 제일모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을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발령했다. 김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의 남편이다. 지난해말 그룹 인사를 통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가, 올 3월 빙상연맹 회장에 취임하면서 사장급이 회장을 맡는 관례에 맞춰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그룹측은 “김 사장은 제일기획 1년, 제일모직 9년 등 총 10년 동안 글로벌 전략, 경영기획을 담당하며 글로벌과 네트워크를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성장해야 할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 사업역량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에 오너 일가가 참여하는 것은 지난 1978년 삼성그룹에 인수된 후 사실상 처음이다. 회사내에서도 전혀 몰랐던 상황이라 인사가 발표된 직후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박기석 대표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김 사장이 회사의 대외진출 전략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라면서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역량을 최고 경영층에서도 신뢰하고 확실히 밀어주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전임 사장인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이 자리를 이동한지 2년도 안돼 부회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김 사장의 이동까지 겹경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정 부회장부터 박 사장에 이르기까지 최근 수년간 삼성엔지니어링은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3·4분기에는 매출 2조2249억원, 영업이익 2129억원을 달성하며, 매출 2조원-영업익 2000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특히 올해 국내외 신규 수주액은 10조원 가량(확보 기준)에 달하며 해외 수주 기록은 56억2000만달러로 국내 플랜트 업계중 1위(10월 21일 해외건설협회, 계약 기준)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증시에서도 건설·플랜트 업계 시가총액 순위에서 현대건설을 제치며 업계 수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사장으로서도 이번 삼성엔지니어링의 경험이 향후 최고경영자(CEO)로서 성장하는 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회사가 진행하는 플랜트 프로젝트는 향후 미래에 가장 유망한 사업 부문이거니와 최초 계획과 건설, 조달, 물류, 비용, 기술 등 기업이 갖춰야 할 경쟁요소의 모든 것을 최상의 등급으로 유지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따라서 이번 이동은 김 사장이 새로운 역량을 익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68년생인 김 사장은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이다. 지난 2월 15일부터 평창올림픽 IOC실사단을 맞아 이 회장을 ‘그림자 수행’을 하면서 평창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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