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없는 팬택' 압박 카드 통했나...팬택 채권단, 연내 워크아웃 졸업안에 전격 합의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권해영 기자]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만에 채권단이 팬택의 연내 워크아웃 졸업에 전격 합의하면서 팬택이 5년 만에 경영 정상화에 돌입하게 됐다. '박병엽 없는 팬택'이라는 압박 카드가 하루만에 통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부회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회사에 복귀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의 '박병엽 붙잡기'···팬택 5년만에 경영 정상화 길로=박 부회장의 전일 사의표명은 워크아웃 졸업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채권단에 대한 압박 카드였다. 공을 넘겨받은 채권단이 하루만에 박 부회장의 메시지에 화답하면서 팬택은 연내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7일 "채권단이 보유한 협약채권 2200억원에 대해 리파이낸싱을 통해 연내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단 새마을금고, 신협 등 비협약채권자가 보유한 채권 2300억원에 대해서는 "회사가 외부 신규차입 등을 통해 갚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 채권단은 2200억원 규모의 협약 채권을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워크아웃 졸업안에 합의한 뒤 팬택 측에 이를 통보했다.
팬택은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4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비협약채권 2300억원은 자체적으로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협약채권 2200억원에 대해서는 리파이낸싱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협약채권을 가진 채권단 중 일부가 추가 자금 지원에 반대하면서 워크아웃 졸업이 불투명해진 상황이었다.
산은은 박 부회장의 복귀도 요청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 공동협의는 되지 않았지만 (박 부회장의) 복귀를 요청하겠다"며 "'피곤하겠지만 돌아와 달라'고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팬택이 골머리를 앓아 왔던 2200억원의 협약채권에 대해 채권단이 추가 자금을 지원할 의향을 밝히면서 팬택의 워크아웃은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크아웃 졸업하면 박병엽 컴백?=팬택이 연내 워크아웃을 졸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지가 다음 관심사다.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다.
일단 박 부회장이 산은 등 채권단의 경영 복귀 요청을 수락하는 방식이다. 현재 팬택 경영에서는 박 부회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채권단과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박 부회장은 직원 6명, 자본금 4000만원으로 시작한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을 한 때 세계 7위 휴대폰 업체까지 키워놨다.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에도 휴일도 없이 일하며 밑바닥부터 다져 현재 국내 2위 스마트폰 업체로 재도약시킨 일등공신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박 부회장만한 인물이 없는 셈이다.
박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자신의 힘으로 경영에 복귀하는 방법도 있다. 채권단이 다른 대주주를 찾아도 박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채권단은 무조건 박 부회장에게 팬택을 매각해야 한다. 박 부회장도 전일 "우선매수청구권은 내가 갖고 있는 권리"라며 "행사 여부는 차후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이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지은 기자 leezn@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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