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앞두고 한숨 짓는 제약업계에 던진 한마디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정부의 전방위적 약가규제에 신음하고 있는 제약업계에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84, 사진)이 작심한 듯 메시지를 던졌다. 강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업계 최고 원로다.
그가 나서줘야 제약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의견도 많았지만 강 회장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었다. 최근 제약업계는 보건복지부의 약가인하 결정을 반대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선 상태다.
강 회장은 지난달 31일 회사 창립 79주년 기념식에서 정부 정책에 무기력해 하는 제약업계를 꾸짖듯 강한 어조로 기념사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요즘 제약업계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며 영업 현장에 있는 분들은 더 체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내년 일괄 약가인하가 예정돼 있고 우리 회사도 매출이 감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동아제약도 늘 꽃밭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우리의 대장정에는 가시밭길과 진흙길도 있었고 때로는 폭우가 내리기도 했었다"고 이어갔다.
강 회장은 동아제약이 위기 극복을 위해 수년 전부터 대비해 온 전략들을 열거했다. 천연물 신약 등 국내 상황에 적합한 연구개발 전략, 세계적 신약 프로젝트, 바이오시밀러 투자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는 제약업계가 복제약 판매에 열 올리며 상대적으로 신약개발에 등한시 했다는 자기비판이기도 하다. 동시에 '신약개발'만이 제약업계의 사명이며 장기적 발전 전략이라는 평소 신념을 강조한 것이다.
강 회장은 약가인하 충격을 인력감축으로 해결하려는 업계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부정적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재 위기를 극복할 가장 큰 힘은 바로 직원 여러분"이라며 "고비 때마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에 오늘의 동아제약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가 현재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며 고용 안정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제약업체는 내년 초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인하될 것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거나 고려하고 있다. 동아제약 역시 불확실성을 고려해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지만, 인위적 구조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제약업계에 천명한 것이다. 많은 제약업체는 의사결정에 있어 업계 1위 동아제약 사례를 중요하게 참고한다.
강 회장은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고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기 혁신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격려사를 마무리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