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라이언 킹’ 이동국(32·전북)이 마침내 웃음을 보였다.
이동국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K리그 2011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을 펼치며 전북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 2009년에 이어 전북에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안긴 이동국은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만끽했다.
올 시즌은 이동국에게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 정규리그에서 16골 15도움을 기록하며 생애 첫 도움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인왕(1998년)과 MVP(2009년), 득점왕(2009)에 이어 도움왕까지 4대 개인상을 모두 휩쓸며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득점왕(9골)과 MVP로 2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기쁨은 여기까지였다. 지난 8월 1년 3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발탁된 이동국은 이후로 계속된 불운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출전 시간과 경기력에 대한 논란을 남긴 채 씁쓸하게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소속팀에 돌아온 이동국은 이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AFC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앞두고는 종아리 부상까지 겹치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누구보다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고대했던 이동국. 그는 홈에서 열린 결승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를 마치고 이동국은 “모든 것이 나 때문에 벌어진 것 같다. 중요한 순간마다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마지막 남은 K리그 우승에 누구보다 목말랐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챔피언전에서 이동국은 1,2차전 모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결승 2차전에서는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혀 땅을 쳐야했다.
울산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북은 에닝요와 루이스의 연속골에 힘입어 2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라섰다. 비로소 이동국의 마음고생도 함께 끝을 맺었다.
이동국은 우승이 확정된 후 “2년 만에 다시 우승을 하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선수들이 준비를 잘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로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못 들어서 선수들이 많이 안 좋은 상황이었다”며 “부담이 많았지만 홈에서 이겨서 기분 좋다. 올 한해를 멋지게 마무리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통산 115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종전 우성용이 보유하고 있던 최다골(116골)에 한골차로 따라 붙었다. 이날 PK를 성공시켰다면 동률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큰 경기에서 PK를 실수한 것이 아쉽다”면서도 “오히려 자극제가 돼서 많이 뛰게 됐다. 결과적으로 몸 상태 올라왔고 정신적으로 강해졌다”며 “최다골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내년 시즌 목표로 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위안을 삼았다.
일찌감치 전북과 재계약을 마무리한 이동국은 전북과 최강희 감독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전북을 다시 선택한 이유는 3년 동안 땀 흘렸던 정을 떨치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다른 팀이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전북은 가장 강한 팀이고 주축으로 뛴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최고의 지도력을 지닌 감독님과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이어 “감독님이 늘 믿어주신다. 실망을 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갔다”며 “그래서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파란만장했던 한 시즌을 웃으며 마무리한 이동국. 그는 우승의 기쁨과 함께 오는 6일 발표되는 2011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MVP 수상자로 떠올랐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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