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세계 최대 명품 제국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베르나르 아르노(62·사진)가 지난달 초순 투자업체 블루 캐피털과 함께 프랑스 소매업체 카르푸 지분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통신 다우 존스 뉴스와이어에 따르면 이로써 블루 캐피털과 아르노의 카르푸 지분, 의결권은 각각 14%, 20%에서 16.02%, 22.03%로 늘게 됐다. 양측이 투자를 늘린 것은 2007년 카르푸에 쏟아 부은 돈을 잃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LVMH의 매출은 지난해 최고 수준인 203억 유로(약 30조7000억 원), 순익 40억 유로를 기록했다. 아르노는 순재산이 410억 달러(약 46조1700억 원)로 늘어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7위였다.
LVMH의 대성공은 핸드백과 샴페인 부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루이뷔통은 매출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이르렀다. 샴페인 동 페리뇽과 크루그도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보였다. 시계·장신구 부문의 순익은 배로 증가했다.
LVMH는 이탈리아의 명품 장신구 업체 불가리, 화장품 업체 누드 스킨케어, 에르메스 외에도 지방시, 펜디, 벨루티, 태그 호이어, 세포라, 겐조, 휘블로, 로에베, 겔랑, 드비어스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지배 지분까지 갖고 있다. 그가 소유한 명품 브랜드만 50여 개에 이른다.
아르노는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올해 4위로 뛰어올랐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리스트에서는 65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43위에서 무려 22계단 굴러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인 가운데는 유일하게 리스트에 오른 사람이다.
프랑스 북부 노르주(州) 루베에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난 아르노는 명문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조기 진학했을 정도로 똑똑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국립행정학교(ENA)와 함께 프랑스 정·재계의 거물들을 배출한 명문 가운데 명문이다. 그는 1971년 졸업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건설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업 수완이 좋았던 그는 입사 5년만인 1976년 아버지에게 건설 사업부를 매각하자고 제안했다. 4000만 프랑에 건설 사업부를 매각한 아버지의 회사는 '페리넬'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동산 사업에 눈 돌렸다. 1979년 그는 아버지를 이어 페리넬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81년 사회당 소속 대선 후보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갑자기 미국으로 이주했다. 자기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건설업에 손댔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그로부터 3년 뒤 미테랑의 사회당 정부가 좀더 보수적인 노선으로 선회하자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명품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LVHM을 창업한 것은 1987년이다.
현재 아르노의 후계자로 장녀 델핀 아르노(37)가 부상 중이다. 런던정경대학(LSE) 출신인 델핀은 현재 디오르 브랜드의 부(副)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컨설팅업체 매킨지에서 잠시 근무한 그는 28세에 LVMH 이사로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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