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장 구타한 1명 긴급체포… 李대통령 “제복입은 경찰 폭행,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서장이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주말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시위에서다. 이날 불법 시위를 차단하려 현장을 직접 찾은 박건찬 서울종로경찰서장이 폭행을 당하자 당황한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26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시위 때 박 서장을 주먹으로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김모(54)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8월 서울 중구 한국자유총연맹 광장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캐슬린 스티븐슨 당시 주한 미국대사 차량에 물병을 던져 경찰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다른 시위자도 추적중이다.
박 서장은 사건 당일 오후 9시30분께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야권 정치인들을 직접 만나 집회 해산을 촉구하려 시위대 한가운데로 진입했고, 김씨 등 흥분한 일부 시위대가 휘두른 주먹에 맞아 입술이 부어오르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박 서장이 시위대 가운데를 가로지르려 하자 주변에서 "조현오다", "끌어내라"라는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고,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모자가 벗겨짐과 동시에 총경 계급장도 떨어져나갔다. 박 서장은 폭행을 당한 직후 근처 세종로파출소로 몸을 숨겼다가 서울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같은 날 "서울 핵심부가 점거돼 시민들이 극심한 교통혼잡을 겪었으며 이를 막으려는 경찰서장이 폭행당하는 등 경찰관 38명이 부상당했다"며 "불법 행위 가담자뿐만 아니라 주최 측에도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이날 살수차 5대를 현장에 출동시켰지만 경고 방송만 했을 뿐 물대포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박 서장의 폭행 사태와 관련해 "제복을 입은 경찰관에 대한 폭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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