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라면가게> 8회 tvN 밤 11시
<꽃미남 라면가게>에서 손발을 오글거리게 하는 판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크지 않다. ‘보편적인 노래’라는 부제로 전개된 어제의 방송 역시 이 드라마가 연애의 리얼리티에 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양은비(이청아)가 질린다며 떠났던 예전 남자친구는 갑자기 브로콜리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와 함께 돌아오고, 은비는 그와 함께 수없이 들었던 이 노래가 품고 있는 “공기”가 떠올라 다시 흔들린다. 그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열아홉 고등학생 차치수에게 “이건 그냥 노래가 아니라 그 6년 동안의 나하고 그 사람이니까”라고 말하는 은비의 모습은, <꽃미남 라면가게>가 20대 여성들의 연애를 얼마나 영리하고 디테일하게 읽어내고 있는지 증명한다.
작품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연애가 망가지는 모습까지 담아내며 끝을 맺는다. ‘보편적’이라는 말은 연애 중엔 “매일 볼 수 있고, 보고 싶어서”이고, 사랑이 지워진 후에는 “보편적으로 무난하기 때문에”라는 의미로 변한다는 것이다. 연애의 시작과 부활, 소멸까지 한 회와 부제를 통해 무리 없이 담아낸 셈이다. 또한 <꽃미남 라면가게>는 “좌 치수 우 바울” 중 누구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는 쿨한 10대 소녀 윤소이와 “시대를 잘못 타고나” 쿨하게 연애 할 수 없다는 20대 중반의 양은비를 비교하며 은연중에 ‘어린 애들은 잘 모르는 언니들의 이야기’라는 뉘앙스를 내비친다. 연애를 이야기하는 작품은 수없이 많았지만, 그 중 <꽃미남 라면가게>가 어이없는 판타지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건 바로 이런 지점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손목 잡혀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의 키스 시도를 가만히 눈감고 기다리는 은비를 무조건 긍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품이 보여준 연애의 리얼리티가 결국 판타지를 위해 깔린 멍석이라면, 그 진심에 흔들린 시청자들은 좀 억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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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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